▷러시모어산은 늘 너새니얼 호손의 단편소설 ‘큰바위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어머니, 저 큰바위 얼굴이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렇게 친절해 보이니까 목소리도 매우 듣기 좋겠지요. 만약 내가 저런 얼굴의 사람을 만난다면, 나는 정말 그를 좋아할 거예요.” “옛날 사람들의 예언이 실현된다면, 우리는 언제고 저것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주인공 어니스트는 큰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을 기다리며 자신의 일에 충실하게 사는 동안 자신이 동경했던 큰바위 얼굴의 모습이 된다.
▷주인공 어니스트는 살아가는 동안 4명의 인물을 만난다. 돈은 모았으나 인색하고 탐욕스러운 상인 개더골드, 정력과 의지는 있으나 온화함이 결여된 장군 올드 블러드 앤드 선더, 말은 잘하나 따듯한 사랑이 모자란 정치가 올드 스토니 피즈, 모든 것을 아름답게 노래하는 재능은 있어도 말과 생활이 일치하지 않는 도시의 시인이다. 어니스트는 돈, 권력, 명예 등을 가졌으나 뭔가 부족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생활과 사상 그리고 말이 일치하는 진실한 인간이 된다.
▷미국인들이 러시모어산에 조각된 대통령 얼굴과 작가 호손이 그린 큰바위 얼굴을 동일선상에서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 또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얼굴 조각 추가 운동이 국립공원측 등의 반대를 넘어 성사될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사랑하며 존경하는 전직 대통령을 여러 명 갖고 있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부러운 일이다. 우리도 러시모어산의 큰바위 얼굴 같은 조각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호손의 큰바위 얼굴을 만나게 된다면 더욱 좋고.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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