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경찰청 사이버 테러대응센터는 14일 증권사 투자상담사 시절 자신이 맡았던 고객의 사이버 선물 계좌를 해킹해 11억원을 챙긴 이모씨(29) 등 2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고교동창인 이들은 8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모 PC방에서 피해자 김모씨(40)의 A 증권사 계좌를 해킹, 비밀번호 4자리를 알아낸 뒤 자신의 B증권 계좌로 7차례의 저가매수와 고가매도 주문을 반복적으로 내는 방법으로 11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긴 혐의다.
경찰조사결과 지난해 12월 증권사를 퇴직한 이씨는 평소 투자상담을 해주던 김씨 계좌에 53억원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했으며 2시간여 만에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11억원의 차익을 챙기는 데는 불과 24분밖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1일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는 고객돈 50억원을 가로챈 은행지점장과 농협출장소장이 낀 금융사범 9명 중 농협소장 송모씨(38)를 구속하고 달아난 8명을 수배했다. 송씨는 자신이 근무했던 충북 청주시 농협출장소에서 한빛은행 반포지점으로 50억원을 계좌이체시킨 뒤 공범들로 하여금 현금 25억원과 양도성예금증서(CD) 등으로 나눠 인출토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경찰서는 고객이 맡긴 26억원을 임의로 빼내 주식에 투자해 22억여원을 날린 전 S은행 동교동 지점장 현모씨(51)를 구속했으며 지난달 19일에는 신협중앙회 영남지역본부가 대구 북구 칠곡2동 신협 오모전무(37)와 윤모과장(35) 등 2명이 98년부터 고객예탁금 31억원과 거래은행 대출금 20억원 등 모두 51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1일 군산경찰서는 고객인장을 새겨 허위로 대출받는 수법으로 4억여원을 빼낸 신한은행 군산지점 여행원 이모씨(30)를 업무상 횡령혐의로 구속됐다.
▽진단과 대책〓금융감독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밝힌 금융사고 주요 원인으로는 △금융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의 신분상 불안감 및 도덕적 해이 △과다한 주식투자 및 증권시장 침체에 따른 손실 보전 △절제되지 못한 사생활 등 직업윤리관 결여 △영업점 직원들의 사고예방대책에 대한 중요성 인식 결여 △내부통제시스템의 미흡 등이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금융권 구조조정이 불어닥치면서 은행원들의 불안심리가 가중돼다보니 ‘한번 크게 벌어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한탕심리가 만연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중간간부는 “금융기관 종사자 중 주가폭락으로 큰 손해를 본 사람들이 적지않아 고객돈을 빼돌리고 싶은 유혹에 취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진념(陳稔) 경제부총리는 13일 국회 경제분야 1차 답변에서 최근 금융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내부자 제보 제도 등 각종 금융권의 내부통제시스템 보완을 통해 비슷한 사고의 재발을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허문명·이완배기자>angelhuh@donga.com
▼ IMF이후 은행원 38% 실직▼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은행원들의 시련이 계속되고 있다. 98년에서 지난해까지 행원 10명에 4명꼴로 은행을 떠났으며 지난 1년 동안에만도 42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97년말 총 은행원수는 11만3944명이었으나 작년말엔 7만474명으로 38.1%나 줄었다. 또 작년에도 1999년말의 7만4744명에 비해 4270명이 감소했다.
특히 조흥은행이 현재 명예퇴직을 받고 있는데다 3월까지 출범하는 금융지주회사에 들어가는 은행들의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은행권의 감원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은행은 IMF 이후 총직원 7524명에서 3973명밖에 남지 않아 절반 가량(47.1%)이 회사를 떠났다. 감원의 ‘절대수’가 가장 컸던 은행은 한빛은행으로 1만7026명에서 9944명으로 무려 7082명이 회사를 떠났다. 같은 기간 외국계로 넘어간 제일은행도 7990명에서 4597명으로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빈발하는 금융사고의 배경에는 은행원들의 신분불안 문제가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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