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이창호 9단을 꺾고 국수전 도전권을 따낸 조훈현 9단에게 소감을 묻자 조 9단이 던진 농담. 이 9단이 이겼으면 국수위를 땄을텐데 (실력이 약한) 자신이 도전하게 돼 괜히 남(루이나이웨이 국수) 좋은 일만 시켜줬다는 것이다.
올해 국수전은 지난해의 재판(再版). 다만 타이틀 보유자와 도전자라는 서로의 위치만 바뀌었을 뿐이다. 루이나이웨이 국수와 조 9단은 20일부터 도전 5번기를 벌인다.
지난해 루이 국수는 바둑계의 예상을 뒤엎고 이창호를 이겨 도전자가 되더니 조 9단마저 2승 1패로 눌러 사상 첫 여성이자 외국인 국수가 됐다.
당시 루이 9단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국수위를 딴 것은 물론 승률 1위 등 최상의 컨디션을 보였다. 반면 조 9단은 지난해 승률 50%를 간신히 웃도는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루이 국수의 부진이 두드러진 반면 조 9단은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많은 기사들은 조 9단이 고향이나 다름없는 국수위에 다시 복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루이 국수의 올해 성적은 3승 2패. 여성 기사하고만 두었는데도 신통치 않은 성적을 낸 것. 박지은 3단에게 2패를 당한 것은 물론 흥창배 4강전에서 장쉔 8단과의 대국도 거의 다 진 바둑을 가까스로 역전시켰을 정도로 최근 바둑 내용이 나쁘다는 것.
안조영 6단은 “루이 국수의 바둑은 ‘극과 극’을 달리는 바둑이어서 기복이 심하다”며 “최근에는 바둑의 리듬이 흐트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루이 국수의 남편인 장주주(江鑄久) 9단은 “지금 상태로는 아내가 조 9단을 이긴다는 것은 무리”라며 “타이틀을 빼앗길 각오를 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조 9단은 올해 5승 2패. 승률도 좋지만 이창호 9단에게 3승 2패를 기록했다. 조 9단과 이 9단의 역대 전적이 4대 6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컨디션이 좋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조 9단의 임전 소감은 간단했지만 목소리의 높낮이에 뼈가 있다고 느껴졌다.
“열심히 둘 뿐이지, 뭐.”
루이 9단이 또 한번 파란을 연출하며 국수위를 지켜낼지 아니면 조 9단이 금의환향할지 바둑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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