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계간지 봄호 무얼 담았나…일상적 삶의 문제 조망

  • 입력 2001년 2월 14일 18시 39분


봄이 가장 빨리 찾아오는 곳은 잡지다. ‘역사비평’ ‘당대비평’ ‘창작과비평’ ‘문학과사회’ 등의 주요 계간지들이 내주 중 일제히 2001년 봄호를 내놓는다. 각 계간지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본다.

◇역사비평

미국의 한국학과 일본학 연구를 각각 대표하는 브루스 커밍스(시카고대 사학과 교수)와 해리 하루투니안(뉴욕대 사학과 교수)의 대담 ‘미국의 아시아학계 비판’을 실었다.

국가이익에 종속된 미국 아시아학계의 한계와 주류의 횡포, 인종적 편견의 실상을 낱낱이 폭로하는 장문의 대담이다.

최근 인기 TV사극 ‘태조 왕건’과 관련해 ‘왕이란 무엇인가’라는 기획에서 삼국, 고려, 조선시대 등으로 나눠 각 시대 왕의 서로 다른 모습들을 소개했다. 중국의 황제와 프랑스 절대주의 군주에 관한 글들도 실어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다.

‘외국군 주둔의 역사’라는 기획에서는 ‘임진왜란과 명나라 군대’ ‘청의 원세개 파견과 조선 군사정책’ ‘병합이전 일본군의 조선주둔’ 등 외국군 주둔의 역사를 다뤄 주한미군 주둔의 문제를 역사적 시각에서 성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당대비평

‘일상적 파시즘’론을 처음 제기해 지난해 국내 학계에서 큰 화두를 던졌던 이 잡지는 ‘일상적 파시즘론의 진일보(進一步)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의 발제문과 고갑희 김동춘 김철 김진호 박환무씨 등의 토론내용을 실었다.

이 잡지의 연속기획 첫 번째인 ‘한국 사회의 편견과 차별의 구조―신체 장애’는 계간지로서는 뜻밖의 기획이다. 일간지나 잡지에서 주로 다뤄진 장애인 문제를 계간지가 본격적으로 학문적 담론의 대상으로 삼았다. 추상적 담론의 한계를 넘어 일상적 삶의 문제로 천착해 들어간다는 이 잡지의 실험정신이 돋보인다.

◇창작과 비평

‘21세기, 어떤 시대인가’라는 특집 하에 오랜만에 백낙청 최원식 교수 등의 글을 실었다. 백 교수는 10년 전 쓴 ‘지혜의 시대를 위하여’의 연속선상에서 ‘다시 지혜의 시대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21세기를 맞이하는 좌파 지식인의 신념을 밝혔다.

‘지식기반사회’에서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노동자와 지식기술자를 겸한 인구가 늘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들의 지식화와 실력양성이 마르크스적 해방의 관건이 된다고 주장했다.

◇문학과 사회

최근 불륜을 주제로 한 소설이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과 관련, ‘연애문학과 사회사’라는 시의성있는 특집을 실었다. 정과리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는 문학 일반에서 연애의 문제를 다뤘고 김동식씨(서울대 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는 해방 전 한국문학, 김미현 이화여대 국문학과 교수는 해방 후 한국문학에 각각 나타난 연애와 불륜의 경계를 그 시대의 사회사라는 배경에서 분석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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