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외국인 연일 '증권주 사재기'

  • 입력 2001년 2월 14일 18시 39분


증권주가 연일 상승세다.

증권업종지수 상승률은 작년말대비 63%로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20%보다 훨씬 높다.

주역은 외국인투자자들. 이들의 매수패턴은 1월초의 지수관련대형주+금융주에서 2월중순들어 증권주+옐로칩(중가우량주)으로 확연히 달라졌다.

매수강도도 폭발적이다. 최근 5일간 증권주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는 전체 순매수 3000억원중 2000억원에 달한다.

삼성, 대신, LG투자 등 전부터 많이 사들이던 종목들 뿐만아니라 대우, 현대, 굿모닝 등 저가증권주들에도 손을 대고 있다.

증권주를 공략하는 외국인들의 범위와 성격도 달라졌다. 1월초만 해도 유럽계나 홍콩계가 주요매수세력이었으나 최근에는 미국계 창구에서도 사자 주문이 많이 나오고 있다.

▽왜 살까〓1월초에는 단순히 ‘값이 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이달들어 증권업종의 평균 주당순자산가치(PBR)가 1을 넘어서서 저평가국면은 벗어났다는 평. 이젠 저가 메리트보다는 재료나 실적을 보고 들어오고 있다는 것.

증권주의 가장 큰 매력은 금리인하의 최대수혜주라는 점. 증권사들은 수익증권 환매, 발행시장 투자, 지분매각 입찰 등에 많은 자금이 필요한데 이를 대개 단기차입을 통해 해결한다. 콜금리 인하는 이자비용을 크게 낮춰준다. 금리인하는 증권사 영업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채권 매매 및 중개에서도 높은 수익을 갖다준다. 신한증권 박효진투자전략팀장은 “콜금리 인하가 기업 대출금리 인하나 투기등급 회사채시장 활성화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로 실제 돈을 더 많이 버는 업종은 증권, 종금 등 금융업종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들어 실적도 모처럼 좋아졌다. 현대증권 조병문과장에 따르면 1월에 1일평균 주식약정액이 손익분기선인 2조9000억원보다 훨씬 많은 5조2000억원에 달하면서 대형사 기준으로 기업실적이 400억∼500억원씩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결산기일인 3월말을 앞두고 배당투자를 의식한 수요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신한증권 박팀장은 “실적이 무난히 나온다면 평균 8∼10%가량의 현금배당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 1만원 미만임을 감안하면 배당수익률이 적지 않다.

▽언제까지 사들일까〓증권가의 전망을 종합하면 큰 폭의 조정을 겪어 시장 성격이 달라지지 않는 한 증권주 랠리가 당분간 계속된다. 현대증권 오성진과장은 “현재 진행중인 유동성장세 연장랠리와 운명을 함께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유동성 확대 기대가 커지면서 경기방어주의 끝발은 다 했고 아직 경기호전 전망은 시기상 일러 경기민감주가 주도하는 장세는 멀었다는 장세 판단. 따라서 이같은 과도기적 유동성(기대)장세에서는 증권주말고는 살 게 없다는 얘기다.

미래에셋증권 황상윤차장은 “연초부터 진행된 저평가 이머징마켓에 대한 비중확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삼성전자 등의 한국대표종목을 살만큼 사고 이제는 그 다음 단계인 증권주와 옐로칩으로 공략대상이 내려온 상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증권 조과장은 “증권주가 시장분위기에 민감해 의외의 시세분출을 하는 경우가 잦은 것은 사실이나 수익성 변동이 워낙 심하고 금리인하에 따른 효과도 이미 주가에 반영돼 추가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증권주를 매수하는 외국인자금의 성격에 대한 회의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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