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나]이목일/축구장서 데이트…결혼 '골인'

  • 입력 2001년 2월 14일 18시 41분


화가 이목일
화가 이목일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98년 4월1일. 봄비가 내리던 이날 나는 잠실운동장에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다.

월드컵 사무국에서 근무하는 선배가 축구광인 내게 이날 열리는 한국―일본의 축구경기 입장권 두장을 건네주었고 같이 갈 사람이 없어 고민하던 끝에 몇 개월 전 소개받고 명함을 받아 둔 한 여성에게 전화를 한 것.

이날 우리 둘은 서로 환호성을 올리며 응원을 하는 와중에 축구팬으로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내가 지금의 아내(최미규씨)를 만나 가정을 꾸리게 된 계기가 됐다.

‘축구 덕택에 결혼을 했으니’ 어떻게 축구에 대한 은혜를 평생 잊을 수 있겠는가.

사실 나와 축구의 인연은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경남 함양 수동초등학교 때 백넘버 7번의 윙으로 뛰었다. 이후 화가의 길을 가느라 축구선수로 활약을 못했지만 틈만 나면 축구경기를 보러다니곤 했다.

2002년 월드컵을 우리가 유치했을 때 정말 기뻤다. 나도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동료 미술가 22명을 모아 축구를 소재로 한 판화제작 이벤트를 기획했다. 축구경기를 하려면 두팀에 22명이 필요함으로 기념비적인 이 일에 중견작가 22명을 모았던 것.

그러나 22개의 판화를 100장씩 찍어 월드컵 기념주화처럼 만들겠다는 계획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성사되지 못한게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2002년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요즘 작업중에도 내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있는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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