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사무국에서 근무하는 선배가 축구광인 내게 이날 열리는 한국―일본의 축구경기 입장권 두장을 건네주었고 같이 갈 사람이 없어 고민하던 끝에 몇 개월 전 소개받고 명함을 받아 둔 한 여성에게 전화를 한 것.
이날 우리 둘은 서로 환호성을 올리며 응원을 하는 와중에 축구팬으로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내가 지금의 아내(최미규씨)를 만나 가정을 꾸리게 된 계기가 됐다.
‘축구 덕택에 결혼을 했으니’ 어떻게 축구에 대한 은혜를 평생 잊을 수 있겠는가.
사실 나와 축구의 인연은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경남 함양 수동초등학교 때 백넘버 7번의 윙으로 뛰었다. 이후 화가의 길을 가느라 축구선수로 활약을 못했지만 틈만 나면 축구경기를 보러다니곤 했다.
2002년 월드컵을 우리가 유치했을 때 정말 기뻤다. 나도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동료 미술가 22명을 모아 축구를 소재로 한 판화제작 이벤트를 기획했다. 축구경기를 하려면 두팀에 22명이 필요함으로 기념비적인 이 일에 중견작가 22명을 모았던 것.
그러나 22개의 판화를 100장씩 찍어 월드컵 기념주화처럼 만들겠다는 계획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성사되지 못한게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2002년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요즘 작업중에도 내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있는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