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CRC구조조정,증시에 폭풍 몰고 온다

  • 입력 2001년 2월 14일 18시 44분


모(母)그룹의 부도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S상장업체. 이 회사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구조조정 실험이 한창이다.

구조조정전문회사(CRC)인 A사가 S사와 채권은행단, 인수희망업체인 B사 등 이해당사자들로부터 동의를 이끌어낸 구조조정방안의 골자는 이렇다. 총부채 200억원중 100억원은 채권단이 탕감해준다. 나머지 100억원중 50억원은 A가 창투사에서 빌린 돈으로 대신 갚아주고 50억원은 채권은행들이 감자를 한 뒤 출자전환한다. 여기에 B사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50%이상의 지분을 인수한다. 경영이 정상화된 후 A사와 채권단은 지분을 시장에 내다팔아 자기 몫을 챙긴다. 주가가 많이 오를 경우 채권단은 처음에 탕감해준 부분을 포함해 모든 채무를 다 회수할 수도 있게 된다. A사 역시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구조조정 총연출에 대한 적정한 대가를 찾을 수 있게 된다.S사는 재무구조가 튼튼한 회사로 재탄생하게 된다. 처음 얘기가 나오던 작년 12월중순 1700원하던 S사 주가는 최근 7400원으로 4배이상 뛰었다. 이 속도대로라면 채권단과 A사가 목표로 하는 1만원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

99년 6월 시작돼 장외종목들 중심으로 이뤄지던 구조조정전문회사(CRC)에 의한 기업구조조정이 최근 상장 및 등록종목들로 확산되고 있다. 작년말 이후 특별한 이유없이 주가가 올라 ‘작전주’나 ‘A&D(인수후개발)주’라는 누명을 썼던 종목들중에는 바로 이 CRC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업체들이 상당수다. 신안화섬, 피어리스 등이 대표적.

CRC구조조정은 S사처럼 CRC가 인수를 중개하는 경우가 많지만 CRC가 투자조합(페이퍼컴퍼니 형태의 자회사)을 세워 직접 인수한 뒤 재매각하는 경우도 있다. KTB네트워크에 의한 세진의 구조조정이 그랬다. 세진은 소방기구 제조회사로 220억원의 부채를 갖고 있었다. KTB는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이를 장부가보다 훨씬 싼 값에 사들여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으로 출자전환한 뒤 지분을 1만원에 내다팔아 적지않은 차익을 거뒀다. 세진측도 아무 불만이 없었다. KTB가 경영권에는 손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채권단과의 합의에서는 2004년에 화의를 탈피하기로 돼 있던 세진은 이렇게 해서 작년 9월에 화의를 벗어났다.

CRC구조조정의 경우 주식 또는 지분을 팔 때 생기는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회사채도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의 10배까지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 자금조달을 쉽게 했다.

▽대상 기업과 수혜주〓산업발전법에 나와있는 CRC구조조정 대상 기업에는 부도, 화의, 파산 등의 한계기업들 이외에 ‘직전 사업연도의 부채비율이 당해 업종 평균 부채비율의 1.5배를 초과하는 기업도 포함된다. 세종증권 김태훈 연구원은 “바로 이 조항이 CRC구조조정이 상장 또는 등록기업들로 확산돼 증시의 테마를 이룰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CRC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종목들은 보통 3∼4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주가가 뛰었다. 그가 꼽은 CRC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는 종목은 대현, 맥슨텔레콤, 국제정공, 남성정밀, 신광기업, 신원인더스트리, 씨크롭, 대주산업, 삼성제약, 상아제약, 세화, 제일정밀, 카스크, 풍연, 휴넥스, 광명전기, 대붕전선, 동신제약, 스마텔, 씨티아이반도체, 아이씨켐, 엠바이엔, 옌트, 유니켐, 인터피온, 코스프, 한국케이디케이, 금호미터텍, 대동금속, 대한방직, 두일전자통신, 에프와이디, 동특, 명성, 코스프, 하이록코리아, 휴니드테크놀러지스 등이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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