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정권의 언론관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고 자랑해 온 국민의 정부에서 이처럼 극한 용어를 써가며 언론을 마치 ‘작전’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문건이 나왔다는 자체가 참으로 유감스럽다.
특히 공개된 문건들이 시기별로 일정한 시차를 두고 작성된 3건인 데다 99년 이종찬(李鍾贊) 전 국가정보원장 캠프에서 나온 ‘언론장악문건’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어 여권이 일정한 계획 아래 오랫동안 언론 길들이기를 위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를 추진해 왔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세무조사와 공정위조사 등이 이 같은 시나리오와 연결돼 있다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 문건에는 ‘먼저 당정의 대대적인 쇄신을 통해 새로운 여권 진용을 구축한 뒤 전략을 구사’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언론을 컨트롤’ 등의 문구가 담겨 있다. 민주당에 김중권(金重權) 대표체제가 등장한 후 이른바 ‘강한 여당’정책이 펼쳐지고 이어 언론사에 대해 ‘합법적인’ 세무조사 등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바로 문건 내용과 맞아떨어지는 상황이 아닌가.
문건이 적시한 ‘반여 신문’에 대해 어느 신문보다 강도 높은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의구심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더욱이 ‘권력 핵심에 대한 비판을 제어하기 위해 언론개혁운동을 사회적 이슈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해 언론개혁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비판 봉쇄를 위한 ‘수단’임을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
이 문건이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하니 여권은 문건의 작성 경위 등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국민과 언론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언론이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다. 권력이 그 같은 당연한 역할이 마음에 안 든다고 언론을 통제의 대상으로 여긴다면 언론자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언론통제를 언론개혁으로 포장하는 권력의 어떤 시도도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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