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은 15일 보고서에서 경기정점이 지난해 9~10월경으로 볼 때 과거 평균 경기수축기간이 17개월임을 감안한다면 내년2~3월경에 저점이 온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경제내 변동성이 증대되고 경제주체들의 반응이 빨라진 점을 고려하면 경기저점이 올3/4분기중 도래해 하반기중 경기재상승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러나 경기가 올하반기중 재상승하려면 몇가지 필요조건이 전제된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수출호조다. 지난해 실질국민소득의 감소를 가져왔던 교역조건의 악화가 올해에는 진정될 것이다. 반도체 가격이 거의 바닥에 이르러 올해 중 재반등할 것이며, 세계경제 성장률의 하락과 유가의 안정은 수입단가의 상승 폭을 줄여줄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교역증가율이 상당히 둔화되고 있어 해외수요의 감소로 수출물량의 증가세가 예상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로는 미국경제의 연착륙이다. 최근 빠른 성장둔화현상을 보이고 있는 미국경제가 상반기 중 다시 성장활력을 회복하여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우리 수출에 주는 타격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미연준이 앞으로도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 미국경제가 급격한 경기침체에 빠질 것 같지는 않다. 연착륙의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는 것이다. 금리인하효과가 시차를 두고 하반기 중에 나타난다면 미국경제 성장률이 회복되고 이것이 우리 수출의 증가로 이어져 하반기 경기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연착륙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것도 현실이다. 설비투자의 감소세는 향후 미국경제의 연착륙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생산성 증가의 상당부분이 IT분야에 대한 대규모의 투자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투자가 계속 감소한다면 미국경제는 성장활력의 회복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하반기 경기 회복의 또 다른 전제조건은 국내자금시장의 안정과 자금중개기능의 회복이다. 연초부터 시작된 주가상승과 자금시장의 기능회복 조짐이 하반기 경기전망을 보다 낙관적으로 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은행들의 자금운용행태도 수익성 위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자금시장 상황을 분석해 보면 자금경색 완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는 진단이다.회사채 발행액은 올해 1월 26일까지 1조6천억으로 작년 12월의 2조7천억에 비하면 오히려 줄어들었으며 우량 회사채 선호현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여전히 BB등급 이하의 회사채 발행은 전무하다는 것이다. 즉,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불가능하다.
은행권의 대출행태도 여전하다. 중소기업 대출은 작년 12월 중 4천억원 감소했고 올해 들어서도 1천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금융시장의 자금중개기능을 바탕으로 하반기 경기가 상승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할 수 있다.
하반기 경기 상승이 내수에 의해 주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실질구매력은 이미 작년 1/4분기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둔화추세가 지속될 것이다.경기하강 국면에서 기업이 명목임금을 상승시키기 어렵고 물가상승압력이 현실화하고 있어 실질임금의 상승은 크게 제한될 전망이다. 구조조정의 여파로 실업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것도 구매력을 감소시키는 요인이다. 설비투자의 둔화추세도 계속될 전망이다.
내수를 제외한다 하더라도 그밖의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하반기 중 경기 재상승은 어려울 것이며 상승한다 해도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LG경제연구원의 예상이다.
특히 내수의 경기부양효과를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볼 때 향후 경기는 수출이 주도할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우리 경제와 세계경제와의 동조화 현상이 앞으로 더 심화될 것임을 예고한다고 내다봤다.
미국경제의 둔화 폭이 계속 커지고 세계경기가 나빠지는 경우 우리 경제도 급랭할 가능성이 있으며 침체 기간도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경제여건은 우리의 조정범위 밖이므로 경기회복은 결국 구조개혁을 통한 국내금융시장의 자금중개기능 회복과 함께 이루어질 것이다.따라서 근본적인 경기부양책은 지속적인 구조개혁에서 찾아야 한다고 LG는 지적했다.
채자영<동아닷컴 기자>jayung200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