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리에선 ‘80년 서울의 봄’이 재현되고 있다.
‘온고지신’ 과정을 거친 복고의 물결이 초봄을 앞둔 여성의류시장에서 두드러지고 있어 ‘유행은 돌고 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 80년대를 따라잡는다
당시의 촌스러움이 ‘벤치마킹’ 대상이라는 말도 있다. 속옷을 앞으로 꺼내 입는 란제리룩과 요란한 액세서리가 특징이었던 마돈나의 무대의상을 떠올려보면 당시 ‘과장된 보디라인과 총천연색 패션’으로 대표되는 유행경향을 조금은 읽을 수 있다.
올 봄을 앞두고는 허리라인이 깊게 파인 플리츠(주름)스커트, 통이 좁고 다리에 달라붙는 슬림팬츠, 등을 불룩하게 한 블라우스의 일종인 ‘블루종’이 많이 등장했다. 이들은 ‘플레어(Flare·체형선과 상관없이 여유 있게 벌어진 실루엣)’와 ‘시스(Sheath·칼집처럼 길고 홀쭉한 실루엣)’에 기반을 두고 있다. 색상은 검은색과 흰색이 기초를 이루는 가운데 녹색 노란색 하늘색이 ‘포인트컬러’로 받쳐주는 경우가 많다.
# 다채로운 복고형 소품
격자 무늬나 로고가 많이 노출된 ‘패턴스타킹’이나 ‘로고스타킹’에서 한발 더 나아가 빨간색 자주색 등의 컬러스타킹을 비롯해 그물과 망사스타킹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 역시 80년대 록밴드들에서 자주 보았던 ‘펑키스타일’ 계보.
발목을 끈으로 묶는 ‘스트랩슈즈’와 7cm 이상의 하이힐은 섹시미를 강조하는 고전적이고 정통적인 아이템. 한결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지난해까지 단화와 짧은 굽 신발들이 활동정장과 잘 어울리며 많은 인기를 얻었기 때문.
귀부인들이 외출할 때 항상 들고 다녔던 작은 손가방도 한손에 더 쉽게 거머쥘 수 있는 ‘그립백’ 형태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후의 ‘토드백’ 유행에서 한발 나아간 모습. 어깨에 매는 숄더백도 끈을 짧게 해 겨드랑이에 끼듯 매는 게 보편화된 경향이다.
이쯤해서 나팔바지를 입고 넓고 둥근 안경을 쓴 채 나타났던 옛날 배우들도 떠오른다. ‘잠자리테 안경’이 단적인 예다. 보라색 노란색 하늘색 등의 컬러렌즈와도 조화를 이루며 ‘헤어밴드’로도 대용할 수 있는 실용성이 있다. 이 추세는 선글라스가 인기를 끄는 여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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