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히딩크 4·4·2 한달…‘압박강도’ 아직은 약해

  • 입력 2001년 2월 15일 18시 48분


히딩크 대표팀 감독
히딩크 대표팀 감독
삼국지에 나오는 전략가 제갈량은 ‘팔진법’이라는 진법을 최초로 개발해 전쟁에서 승승장구했고 이 진법은 이후 고대 동양의 전쟁터에서 ‘교과서’로 사용됐다는 기록이 역사에 남아있다.

그렇다면 축구의 ‘4―4―2’니 ‘3―5―2’니 하는 포메이션(진용)은 과연 전쟁의 진법처럼 큰 의미가 있는 것일까.

▲대표팀 새진용 한달…‘압박강도’아직은 약해

‘축구 전략가’ 거스 히딩크 감독(55)이 한국축구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 내건 포메이션은 ‘전원공격, 전원수비’의 토털 사커와 함께 공격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4―4―2 시스템’.

히딩크 감독은 지난달 한국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개인기부족을 조직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4―4―2 시스템이며 바로 월드컵본선 때까지 한국축구가 얼마나 잘 이 시스템을 완성하느냐가 목표달성여부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가 한달간 조련한 한국축구대표팀은 최근 홍콩 칼스버그컵과 두바이 4개국대회에서 이 진용으로 5경기를 치러 2승1무2패 8득점 8실점을 기록해 아직은 적응 단계임을 드러냈다.

특히 ‘4―4―2 시스템’의 요체라고 불리는 수비수 4명을 일자로 배치하는 ‘포백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 채 매번 쉽게 골을 내준 것이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90년대 한국축구의 포메이션은 수비를 강화하는 ‘3―5―2 시스템’이 주를 이뤘다. 이는 최후방 수비수인 스위퍼를 비롯해 상대 골잡이를 전담 마크하는 스토퍼 2명을 골키퍼와 밀접한 거리에 포진시켜 안정된 수비진을 구축하고 미드필드진에 5명을 배치해 압박수비를 펼치며 때에 따라서는 공격수도 수비에 적극 가담케 해 실점을 최소화하는 전술이었다.

이를 더욱 보완 발전시킨 것이 ‘4―4―2 시스템’. 하지만 이 진용은 수비수 4명의 일사불란한 조직력이 밑바탕이 돼야 하는 것. 상대 공격 때 4명이 일시에 미드필드로 뛰어나와 오프사이드 트랩을 구축해야 하고 유기적인 수비조직력을 발휘해 일선이 뚫렸을 때 이를 보완하는 커버플레이를 해야 한다.

또 최전방 공격수와 수비진 사이의 폭을 50m 이내로 줄여 중원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기회가 났을 때는 수비수들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상대를 몰아붙여야 한다. ‘3―5―2’에서는 최후방 수비수와 최전방 공격수의 폭이 60m 이상으로 벌어지는 데 비해 ‘4―4―2’는 폭이 좁아지면서 수비수도 공격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

한국대표팀은 최근 참가한 두 대회에서 개인기 위주의 남미 파라과이나 중동 아랍에미리트(UAE), 아프리카 모로코전에서는 강한 압박수비가 먹혀들어 상대 공격을 봉쇄하고 바로 공격을 펼쳐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노르웨이와 덴마크에 잇달아 패해 유럽축구에 유독 약한 면모를 보였다. 유럽 축구는 강한 체력과 스피드, 날카로운 공간패스로 공격을 펼치는데 한국은 수비 일선이 무너졌을 때 커버플레이가 부족했고 빠른 스피드로 일자수비진의 뒤에서 쳐들어오는 상대 공격수를 막는 데 허점을 보인 것이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히딩크 한마디 “백업요원 충원 수비구멍 막을 것”

“한국팀은 덴마크전에서 집중력과 밸런스를 가지고 자기 위치를 지키다가도 코너킥이나 프리킥때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지며 상대를 놓쳤다. 이기고 있더라도 수비가 불안하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전반적으로 수비의 조직력에 문제점을 보였다. 이 부분을 집중 보완해야 한다. 이상하게 느슨한 플레이를 하다가 한골을 먹은 다음에야 투지가 생기는 버릇도 아쉬운 점이다. 아울러 컨페더레이션컵을 앞두고는 다양한 백업요원을 테스트해 최선의 적임자를 찾아 나가겠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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