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불교잡지 '유심' 내달 복간

  • 입력 2001년 2월 15일 18시 52분


◇'만해정신' 83년만에 되살린다

만해 한용운 선생(1879∼1944)이 창간한 불교잡지 ‘유심(惟心)’이 83년만에 복간된다.

‘유심’은 한용운 선생이 당시 자택이었던 서울 종로구 계동 43번지에 잡지사인 유심사(惟心社)를 설립, 불교청년을 위한 계몽지로 펴낸 잡지. 1918년 9월 1일 월간지로 창간돼 12월 1일 3호까지 나온 후 발간이 중단됐다. 복간되는 유심은 최초 창간 때와는 달리 시문학 전문 계간지로 발간되며, 3월 1일 봄호가 나올 예정이다.

‘유심’의 복간은 설악산 지역의 신흥사 낙산사 백담사 등 3개 사찰의 회주로 ‘만해 한용운 기념사업회’ 고문을 맡고 있는 오현 스님이 주축이 돼 지난해 여름 백담사에서 열린 ‘오늘의 시조학회’ 모임에서 처음 구상됐다.

발행인은 ‘만해 한용운 기념사업회’ 회장인 조동용 변호사가, 편집주간은 시조시인 박시교씨가 각각 맡기로 했다. 시조시인이기도 한 오현 스님은 편집고문이라는 상징적인 자리를 맡아 실제 편집업무에서는 한발 물러섰다.

오현 스님은 “유심의 복간이 불교적 세계관에 입각해 문학과 사회활동을 해온 만해 선생의 정신을 되살리는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심은 시문학 전문지로의 성격을 표방하면서도 한국근대사의 큰 시인이었던 만해의 정신을 계승하는 글도 함께 실을 예정이다. 이번 봄호에는 정과리(문학평론가·연세대 국문과) 이은봉(시인·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 원구식씨(시인·월간 ‘현대시’주간) 등이 참여한 가운데 ‘21세기 문학을 말한다’는 제목으로 진행된 좌담기사가 특집으로 실린다.

이 좌담에서 사회를 본 이지엽(광주여대·문예창작과) 교수는 “리얼리즘계의 ‘창작과비평’과 모더니즘계의 ‘문학과사회’ 등으로 나눠진 문단의 섹트화현상 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정서적으로 황폐해지고 있는 문학에 어떻게 새로운 서정성을 회복할 것인지, 남북한의 이질적인 문학을 통일문학이란 관점에서 어떻게 발전적으로 통합해갈 수 있을지 등의 문제를 다뤘다”고 말했다.

봄호에는 이밖에 ‘만해와의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한계전 김열규 염무웅 교수 등이 만해의 문학과 사상에서 감명받았던 경험을 소개했고 창작분야에서는 신경림 이기철씨 등의 신작 특집, 이성부 최하림 등의 시 작품, 윤금초 김원각 등의 시조 작품이 실렸다.

박시교 편집주간은 “대부분의 문학잡지에서 시조가 소홀히 다뤄진 점을 반성하고 시 10편에 시조 3편을 싣는다는 편집방침에 따라 앞으로도 시조작품들을 많이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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