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게 아니라 포장마차가 꽤나 많았다. 증시가 바닥을 찍고 오르기 시작한 것인가, 아니면 아직도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여의도 전철역에서 증권거래소 입구까지 빼곡하게 포장마차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주식이야기는 포장마차 안에서 그다지 화제에 오르지 못했다.
세계 증시를 주름잡는 뉴욕의 월가에도 이런 식의 증시 판단법이 있다. 월가의 슈샤인보이까지 주식에 대해 왈가왈부하게 되면 바로 ‘상투’라고 한다. 옛날 대공황 직전 케네디 전 미국대통령의 부친이 월가에서 구두를 닦다가 구두닦는 소년이 주식 얘기를 하는 것을 듣고주식을 팔아치워 큰 손해를 모면했다고 한다.
지금 서울 증시는 굳이 이런 판독법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경기는 바닥을 헤매고 미국 경기도 불확실한 판에 주가가 쉽게 오를 수는 없게 돼 있다.
그래서 정부는 증시를 살리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증시가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노후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연기금까지 주식투자를 늘린다고 하니 연금 가입자들은 불안하다. 또 올해 정부 재정지출을 상반기로 몰아 경기를 살리겠다고 한다. 하반기에는 어떻게 할지 걱정된다.
그러나 주식투자자들은 긴가민가하면서도 일단 기대를 한다. 정부가 나섰는데 좀 오르지 않겠느냐는 희망이다. 하기야 주식시장에는 ‘정부 정책에 맞서지 말라’는 격언도 있다. 정부가 주가를 올릴 때는 그렇게 보고 따라가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식의 증시 대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걱정이 앞선다. 심지어는 이런 모습을 보노라면 정부가 지나치게 불황을 두려워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니면 무조건 증시를 살려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것은 아닌가. 주식투자자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부양조치에 속아 주식시장에 들어갈 리 만무하다. 혹자는 이젠 들어갈 돈도 없다고 하소연한다.
불황의 고통은 다시 생각하기조차 싫지만 그렇다고 너무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조정을 거치고 바닥을 다져야 더 오래 상승할 수 있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지나치게 인위적인 증시 대책은 개미투자자와 서민을 울리는 경우가 많다. 개미투자자와 서민들이 큰손들보다 정보에 약한 탓이다. 얼마전 모 증권사 조사 결과를 보면 여의도나 강남의 투자자들은 주가하락 때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재빨리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주식 투자자들의 행동이 단기화되고 있다. 주식을 오래 갖고 있다간 손해보기 쉽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장기 투자자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증시대책도 장기투자자를 우대할 필요가 있다.
증시는 사회의 거울이라고 한다. 증시만 바라보지 말고 우리 경제와 사회 전체가 잘 돌아가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증시에 돈만 몰아준다고 증시가 살아나고 튼튼해지는 건 아니다.
<박영균 금융부장>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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