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리포트]올 겨울 잦은 눈 원인…대륙 찬공기-바다 수증기 빅뱅

  • 입력 2001년 2월 15일 19시 08분


15일 서울에 역대 2위에 해당하는 23.4㎝(최고기록 1969년 25.6㎝)의 눈이 내리면서 유난히 올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61년부터 2000년까지 40년간 1월에 서울에 눈이 내린 날은 평균 6.7일이고 적설량 합계 평균은 13.1㎝. 그러나 올해 1월에는 7일 15.6㎝의 폭설이 내린 것을 비롯해 총 14일간 31.2㎝의 눈이 내렸다.

강화(27.2㎝)와 양평(26.2㎝)지역도 15일 71년 기상관측 이래 최고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이 밖에 올들어 역대 최고 적설량을 경신한 지방은 대전(1월7일 24.8㎝) 경기 이천(1월7일 28.4㎝) 경남 거창(1월 20일 23.5㎝) 경남 거제(1월13일 19.6㎝) 등이다.

올 겨울 눈이 많이 내리는 이유는 한반도 부근에서 대륙의 한기와 바다에서 유입되는 수증기가 교차해 눈을 응결시키기 때문이다.

12월까지는 서태평양 고수온현상으로 강한 고압대가 형성돼 한기와 수증기의 만남을 가로막았지만 1월부터 이 고압대가 약화되면서 저기압이 바다를 거쳐 한반도까지 비집고 올라온 것.

따라서 찬 시베리아 고기압과 만나는 기압골이 한반도에 형성되는 일이 잦아졌고 한기가 그 통로로 남하, 수증기를 응결시킨 것이다.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는 제트기류가 기압계의 이동을 부추긴 것도 잦은 눈의 원인이 됐다.

그러나 기상청 관계자는 1월 폭설과 이번 폭설은 다소 다르다고 설명했다. 1월에는 중국 화난(華南)지방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동중국해의 풍부한 수증기를 머금고 온 경우고 15일은 수량이 비교적 적은 북서쪽 보하이(渤海)만에서 다가온 저기압이라는 것. 따라서 1월에는 물기가 많은 눈이 내렸지만 이날 내린 눈은 우산이나 옷 위에 떨어질 때 ‘투둑’ 소리가 날 정도로 건조했다. 이렇게 건설(乾雪)이었기 때문에 제설작업에도 적잖은 차질이 빚어졌다. 건설은 습설(濕雪)에 비해 같은 양이라도 적설량이 훨씬 많고 잘 녹아내리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눈구름의 크기 자체는 이번이 1월보다 작았으면서도 훨씬 많은 눈이 내린 것은 온도는 낮지 않고 건조한 눈 때문이었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올 폭설패해액 최근 6년간의 57배 7000억▼

1월에 이어 15일 서울에 32년만의 폭설이 쏟아지는 등 올해 기록적인 적설량을 보임에 따라 눈으로 인한 피해액도 지난 6년간 전체 피해액의 57배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1월 7∼9일 3일간 6454억원의 폭설피해가 발생한 데 이어 1월 20일 136억원, 이번에 400억∼500억원 가량의 폭설피해가 추가돼 올들어서만 폭설로 인한 피해액이 사상 최대인 7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이는 96년 10억9000만원, 97년 59억9100만원, 98년 31억8100만원, 99년 18억5300만원, 95년과 2000년 0원 등 최근 6년간 폭설피해액 121억1500만원의 57.8배에 달하는 액수다. 김종수 재해대책 계장은 “앞으로 눈이 더 오면 폭설피해액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의 피해액 7000억원도 사상 최대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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