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C고교에서는 2, 3학년 담임 교사들이 회의를 열어 입시전략을 세우기보다 학생지도 방안에 부심했다.
학원들이 14일 발표된 새로운 대학 입시계획에 따라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학교는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수시 1학기 모집’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고교는 교과 과정에 따라 수업을 진행하면 학원 등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대응책’을 제공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일선 고교에서는 당장 수시 1학기 모집 지원자들에 대한 입시지도를 펼쳐야 하고 대학 합격자와 대학 지원자가 섞여있는 교실에서 2학기 수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서울 상계고 3학년 부장 신현만(申鉉萬)교사는 “합격생을 데리고 2학기 수업을 진행할지, 따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면접 교육도 중요한데 보충수업이 폐지됐고 자율학습도 규제를 받기 때문에 어떻게 지도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대학별로 전형이 다양화돼 50명 안팎의 학급 학생들에게 공통된 기준을 갖고 지도하기가 힘든데다 일부 학부모는 “봉사 점수는 몇점이 만점이냐”고 전화할 정도로 관심사가 다양해 개별적인 입시지도를 하기가 벅차다는 것.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2달여가 지나면 수시 1학기 모집으로 본격적인 입시 전쟁이 시작되는데 실질적인 정보가 부족하다”면서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올해 고교 3학년이 되는 서울 D고 김모군(17)은 “1학기 때 지원하려면 당장 논술 면접 준비를 해야하니까 수업보다는 다른 공부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서 “수능 준비를 소홀히 했다 수시모집에서 떨어지면 나중에 큰일인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반면 학원가에서는 올해 재수 기피현상으로 수강생이 줄어들었지만 ‘맞춤 교육’을 원하는 재학생들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새로운 입시 특수를 준비하고 있다.
J학원 관계자는 “영어 수학 중심으로 심화학습을 실시해 본고사 수준의 면접구술고사에 대비할 방침”이라면서 “수능 성적도 지망대학과 전공에 따라 반영 영역과 영역별 가중치가 달라 재학생들의 단과학원 수요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별로 입시전형을 다양화하는 추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앞으로 경시대회 면접 등 다양한 입시를 의식한 중고교 재학생들의 발길이 학원가에 몰리면 가계가 사교육비에 주름질 것으로 보인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