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포커스]현주엽 잇단부상에 ‘말만 팀기둥’

  • 입력 2001년 2월 15일 19시 35분


'스타일 다 구겼네'
'스타일 다 구겼네'
“프로 3시즌째인 올해는 뭔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쉽습니다. 특히 부모님과 대학 시절 선생님들께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가장 안타깝습니다.”

현주엽(26·골드뱅크 클리커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즌 개막 전부터 무릎이 좋지 않아 내리 3경기를 뛰지 못했고 최근에는 오른쪽 발목 인대 2개가 끊어지며 한달 가량을 벤치에서 쉬었다. 이처럼 끊이지 않은 부상 때문에 올시즌 팀이 치른 35경기 중 10경기는 아예 뛰지 못했고 풀타임을 소화한 것도 20여차례에 불과하다. 그 사이 팀은 단 한번도 하위권(13일 현재 9위)을 벗어나지 못한 채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진출 꿈을 접어야 했다.

현주엽은 이런 상황이 모두 자신 때문에 초래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현주엽은 한때 미국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유일한 국내 선수로 평가됐다. 당당한 체격(1m95, 110㎏)에 빠른 두뇌회전을 바탕으로 장신들을 제치고 리바운드를 따내는 솜씨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근성이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파워포워드 중 한명인 찰스 바클리를 쏙 빼닮았다고 해서 휘문고 시절부터 별명도 ‘꼬마 바클리’였다. 프로데뷔 후 연봉도 서장훈(SK 나이츠·올시즌 3억3000만원)에 이어 랭킹 2위(2억4000만원)에 오를 만큼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찬사는 현주엽에게 옛날 얘기가 된 지 오래다. 최근 현주엽에게 가장 어울리는 별명은 ‘고개 숙인 남자’. 그만큼 올시즌 국내 프로무대에서 ‘현주엽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 3시즌 동안 단 한번도 소속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지 못한 채 올 5월 군에 입대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내가 팀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란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풀타임을 뛰지는 못하지만 올시즌 팀의 남은 경기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 뒤 군에 입대할 겁니다.”

발목 수술을 시즌이 끝난 뒤로 미루고 진통제를 맞아가며 정규리그 마지막 5라운드 경기에 나서기로 한 현주엽의 결정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올시즌 더 이상 망가질 수 없을 만큼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지만 팬들의 박수 속에 프로무대를 떠나고픈 그의 오기가 남은 시즌을 포기하지 못하게 했던 것.

입대를 앞둔 현주엽이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남은 시즌을 과연 어떻게 마무리할지 팬들은 지켜보고 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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