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총리는 일본 수산고교 실습선과 미국 잠수함의 충돌사고 때 보고를 받고도 골프를 계속 친 데 대한 비난이 높고 골프장 회원권을 무상으로 양도받은 사실까지 드러나 퇴진이 불가피한 상황에 몰려 있다.
그는 총리 퇴진을 거부하고 있지만 여당 내에서도 총리 교체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자민당 내에서는 예산안을 처리하는 3월 말까지 당 대회를 통해 모리 총리가 사임하고 후임 총리를 뽑는 방안과 9월 자민당 총재선거를 4월경으로 앞당겨 새 총재와 총리를 선출하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58)모리파 회장과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74)전 자민당 간사장. 여기에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63)전 총리도 정계복귀를 노리고 있어 ‘총리 쟁탈전’은 2파전, 또는 3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58)전 법무상,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56)중의원의원, 오기 지카게(扇千景)국토교통상 등도 거론되고 있다.
비교적 젊은 편인 데다 개혁 이미지가 강한 고이즈미 회장은 여당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으로 정당정치에 싫증을 내는 ‘무당파’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15일 열린 자민당 내 모리파 총회에서는 젊은 의원들 사이에 “고이즈미 총리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며 그를 추대하는 발언이 잇따랐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제멋대로 행동하고 당이나 행정에서 땀을 흘린 적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노나카 전 간사장은 지난해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 사망 후 모리 정권을 탄생시킨 5인방 중 한사람으로 막후조정에 실력을 과시해 왔다.
연립여당 중 하나인 공명당측도 “상대방을 존중하며 의견조율을 잘 하는 인물”이라며 노나카 전 간사장을 총리로 밀고 있다. 그러나 소속 파벌인 하시모토파 내 기반이 약한 데다 ‘밀실정치의 장본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미즈호증권이 15일 이들 후보별로 증시의 반응을 조사한 결과 고이즈미 회장이 총리가 됐을 경우 주가와 엔화가치가 가장 많이 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후보별 증시 반응은 △고이즈미〓개혁 기대감으로 주가 엔화 상승 △노나카〓정권 안정 이루면 주가 엔화 약간 상승 △고무라〓중립 요인으로 시장 관망세 △하시모토〓총리 재임시 경기 악화 연상시켜 주가 엔화 하락 △오기〓정책 방향 미지수로 중립 등으로 조사됐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