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싱크탱크

  • 입력 2001년 2월 16일 18시 39분


민주당 의원들이 12일 외곽연구기관으로 새시대전략연구소를 결성한 데 이어 15일엔 당의 부설연구소로 국가경영전략연구소가 출범했다. 여권에 두 개의 큰 연구소가 문을 열어 새삼 두뇌집단과 지식인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자립 운영되는 연구소가 제대로 커 나가기에는 벽이 너무도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외국에서는 싱크탱크라고 불리는 정책연구소들이 일반화돼 있지만 중요한 것은 특정 정파와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기는 해도 독립적인 성격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싱크탱크들 중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각광을 받는 것이 스탠퍼드대 부설 후버연구소다. 이 연구소는 1919년 공화당 출신의 31대 대통령인 허버트 후버가 설립해 주로 공화당의 정책노선을 뒷받침해 왔다. 반(反) 전체주의와 반 공산주의를 내세운 것은 물론이고 개인의 제한 없는 자유경쟁과 소유권 성역화를 일관되게 지지했다. 외교안보에서는 힘의 전략, 경제와 내치에서는 이른바 신자유주의에 해당하는 정책들을 개발했다. 이 연구소 출신인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바로 그런 컬러를 어떻게 정책에 반영할 것인지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 기자들은 주요정책을 취재할 때 백악관 및 행정부처와 함께 주변 정책연구소들에 접근한다. 기초정보를 얻는 곳으로 활용되는 취재 대상이 바로 정책연구를 맡는 싱크탱크들이다. 그리고 그것이 정책으로 채택되고 다듬어지는 과정을 행정부에서 확인한다. 정책연구소가 이렇게 백악관 및 행정부처와 함께 이른바 ‘취재의 델타(삼각) 구조’를 이루고 있다. 정책의 초안이 언론에 보도된 뒤 여론의 비판에 부닥치고 수정되는 일은 허다하다. 그것이 ‘애드벌룬 띄우기’라고 지적 받기도 하지만 이 델타 구조 속의 한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의 각종 정책연구소와 언론도 그렇게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하면 좋을 것 같다. 정당이나 행정부의 싱크탱크들이 정책연구에서 여론의 검증을 받는 데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며 언론 또한 두뇌집단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 정파에 부설된 연구기관일수록 연구물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받는 게 필요하다.

<김재홍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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