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은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솔깃해 하는 얘깃거리이다. 마음껏 뛰어 놀 만한 공간이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애완동물 기르기’는 닫힌 공간의 갑갑함을 잊게 해 주며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지니게 한다.
이 책은 저빌(쥐의 일종)을 집 안에서 키우고 싶어하는 세 아이들과, 동물을 유난히 싫어하는 엄마와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이야기의 중심 축으로 삼고 있다. 거기에 더 보태어 작은 생명이라도 소중하게 여기는 따뜻한 마음 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아이들은 저빌을 키우기 위한 노력으로 저빌에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식 이름인 버블과 스퀵(야채와 고기를 넣고 튀긴 음식)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물론, 저빌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하지만 청결함을 좋아하는 엄마의 허락을 받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아이의 가출과 쓰레기 차 사건을 비롯한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면서 엄마는 어느새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하는 것들’의 목록에 두 마리의 저빌도 포함시키게 된다.
여기서 새 아빠의 존재는 크게 부각되지 않으면서도 가족(아내나 아이들)이 힘들어 할 때마다 조용히 그들 곁으로 다가와 슬며시 손을 잡아주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어쩜 아이들은 저빌들로 인한 소동을 겪으면서 저만치 떨어져 있는 ‘새 아빠’를 그냥 아빠의 자리로 끌어들이지 않을까?
작가인 필리파 피어스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소개된 ‘한밤 중 톰의 정원에서’라는 책으로 작가로서의 역량을 유감 없이 보여준 바 있는데, 이 책에서도 섬세한 심리 묘사와 눈에 보이는 듯한 현실감 있는 장면 묘사로 다시한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휘트브레드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면 읽을 수 있겠다.
오혜경(주부·36·서울 강북구 미아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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