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오현경 기자회견, "속죄하는 심정으로 살겠다"

  • 입력 2001년 2월 17일 16시 45분


오양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O양 비디오 파문'의 주인공으로 지난 2년간 많은 화제를 모았던 탤런트 오현경은 지난 17일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초 기자회견 예정시간이었던 오후 2시 보다 10분 늦게 나타난 오현경은 회색정장 안에 분홍색 니트를 입고 있었고,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비디오 파문 이후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갖는 부담감 때문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30분간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120여명의 보도진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여 그녀의 귀국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 2년만에 갑자기 귀국한 계기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가족들이 무척 보고 싶었다. 또 남동생이 4월에 결혼을 하는데 누나로서 조금이라도 돕고 싶었다. 내가 수술한 이후 딸 걱정을 하고 있는 어머니도 마음에 걸렸다. 나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는 어머니를 위해 돌아와야겠다고 결심했다.

- 귀국 전 일본에 일주일 간 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때부터 귀국을 염두에 두었는가?

아니다. 일본에 갈 때까지도 귀국에 대해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에 있는 동안 어머니가 오시려고 해서 내가 말렸다. 그때 결심을 했다. 두렵기는 하지만 어머니가 더 이상 나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 2년 만에 돌아온 심경은 어떤지… ?

지난 여름 수술 이후 처음 어머니를 만났는데 미국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늙으셨다. 아마 나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하셨던 것 같다(이 말을 하면서 오현경은 눈시울을 붉혔다). 솔직히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두려움 속에 왔는데, 맞아주신 어머니의 온화한 미소를 보면서 힘을 얻었다.

- 일설에는 미국 체류 비자가 만류돼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지 않다. 미국 체류하는데 비자는 아무 문제가 없다.

- 미국에서는 어떻게 지냈는가?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현재 토플 준비를 하고 있다. 수술받은 턱이 아직 완쾌되지 않아 병원에도 계속 다니고 있다.

- 대학원에서는 무엇을 공부할 생각인가?

전공인 연극을 공부하고 싶다. 공인으로서 물의를 일으킨 것을 사죄하려면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사람들과 접촉을 했다. 학교에서 한국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내 안에 있던 벽이 조금씩 허물어졌다. 요즘은 처음 미국에 왔을 때보다 훨씬 많은 한국 사람과 만나고 한국 식당도 가끔씩 간다.

- 귀국하기 전 일본에 일주일 가량 머물면서 무엇을 했나?

영화잡지 <프리미어>와 패션잡지 <엘르>에 들어갈 사진 촬영을 했다. 또 일본 연예관계자들을 만나 일본 진출의 가능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 그러면 일본 연예계에 진출할 계획인가 ?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고,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도 않았다. 일본의 연예 관계자를 만난 것은 만약 내가 그곳에서 활동을 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조언을 듣기 위해서였다. 내가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기회도 주어진다면 그곳에서 활동을 하고 싶다.

- 지난 2년 동안 몇몇 인터뷰를 제외하고는 대외적인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잡지 표지를 촬영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에 나섰는가?

사실 여자로서 비디오 파문이 힘들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받았던 턱수술이 잘못된 이후 망가진 얼굴에 대한 고민과 배우로서의 상실감도 못지 않게 컸다. 다행히 미국에서 받은 수술 덕분에 얼굴에 대한 자신감을 어느 정도 되찾았다. 내 자신의 변화된 모습과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러면 앞으로 한국에서 활동할 계획인가 ? 강제규 필름이 준비하고 있는 영화 <야다>의 주연을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영화 <야다>의 출연 제의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후 구체적인 협의는 없었다.

현재로는 국내에서 활동할 아무런 계획도 없다. 이번에 온 것은 처음에 말했듯이 일본에 체류 중인 남동생의 결혼을 앞두고 큰누나로서 동생 결혼을 챙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항상 딸 걱정 속에서 살고 있는 어머니에게도 건강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만나 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겠지만 과연 내가 연예활동에 복귀할 수 있을지 아직 자신이 서지 않는다.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그동안 여자로서 배우로서 너무 힘들었다. 누구의 실수이던 간에 그 일에 대해 속죄하는 기분으로 살았다. 내가 그 일에 대해 속죄하는 길은 앞으로 열심히 사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런 각오로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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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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