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만-북한 핵폐기물 거래 안된다

  • 입력 2001년 2월 18일 18시 25분


대만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폐기물을 북한에 파묻는 문제가 4년 만에 다시 제기되고 있다. 97년 한국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문제가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대만과 북한은 대만의 원전에서 나온 장갑 걸레 같은 저준위폐기물을 시멘트로 봉해 북한의 폐광에 저장키로 한 협정을 기한까지 연장해가며 유지하고, 대만 인사들의 북한 저장소 답사계획 등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만과 북한의 ‘원전 쓰레기 거래’는 결코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비록 우리 정부가 대만정부에 확인한 결과 ‘대만전력공사가 그런 쓰레기반출 신청을 낸 것도 아니고 당분간 그런 허가가 날 리도 없다’는 반응이라고는 하나, 앞으로도 재론조차 되어서는 안되며 문제의 협정은 원천적으로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우리는 그 논거로 네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주변 지역의 오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원전폐기물의 국가간 거래는 국제적으로도 금기시하고 있다. 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는 ‘방사성 폐기물의 국가간 반입반출을 금지한 지역간 협약을 존중하며 국가간 이동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대만과 북한의 거래 논의는 인접국이나 동북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환경운동 단체의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둘째, 북한은 달러 몇 푼 때문에 민족의 자긍심과 후손들의 환경권을 팔아 치우는 행위임을 깨달아야 한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안전성 우려 때문에 서로 기피하는 원전폐기물을 당장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수입해 파묻으면서 ‘주체사상’ ‘강성대국’을 말할 수 있겠는가. 광우병 우려 때문에 스위스 등 유럽에서 버리는 쇠고기를 굶주린 인민에게 먹이겠다는 발상과 더불어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셋째, 대만 역시 자국내 폐기물 처리가 예산 및 안전성 문제 때문에 어렵다는 이유로 돈을 주고 염치도 없이 북한에 팔아 넘긴다면 국제사회에서 도덕적 비난을 면치 못하고 외교적으로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넷째, 북한의 원전폐기물 처리 실력은 수준 이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아가 폐기물 저장소로 폐광을 검토한다는 사실은 경악할 만하다. 탄광은 기본적으로 퇴적층이어서 외부압력에 약하고 지하수 침수 가능성도 높다. 우리가 이것을 북한의 단순한 내정 문제가 아니라 한민족 전체의 생존 환경 문제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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