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노텔 네트웍스…한발 앞서 '빛의 날개' 활짝

  • 입력 2001년 2월 18일 18시 25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북서쪽으로 약 45분 거리에 있는 브램턴시. 길게 뻗은 딕시 로드 양편으로 버려진 듯한 낡은 건물과 이따금 눈에 띄는 모텔, 패스트푸드점 등을 따라 차를 달리다보면 캐나다가 자랑하는 ‘세계 통신 장비업계의 신화’ 노텔 네트웍스의 본사가 나타난다.

미 대륙에서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정보의 75%, 유럽내 인터넷 정보소통량의 50%가 이 노텔사의 광통신 장비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

캐나다 사람들은 “미국에 시스코가 있다면 캐나다에는 노텔이 있다”고 얘기하곤 한다.

1895년 설립 당시 캐나다의 통신업체였던 벨 텔레폰의 하청을 받아 교환기 등을 생산하다 수년전만 해도 가정용전화기나 키폰시스템에서 화재경보기, 심지어 사다리에 이르기까지 온갖 구닥다리 상품을 만들던 이 회사가 어떻게 세계적인 신경제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을까.

▽과감한 구조조정의 승리〓105년 전 노던 일렉트릭이란 이름으로 출발해 100년 가까이 전화기 제조업을 주력사업으로 삼던 노텔은 97년 대변혁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노텔의 경영진은 ‘전화기를 이용하는 음성통신의 시대는 가고, 컴퓨터를 통해 음성 문자 화상정보를 한가지 네트워크로 주고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판단, 느리고 값비싼 구리선 대신 대용량 통신에 적합한 광통신 기술 개발에 사운을 건다.

그럭저럭 수익을 내던 26개 공장 가운데 19개 공장을 과감히 매각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광통신 분야의 기술집적을 위해 98년 6월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베이 네트웍스를 91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총 210억달러를 투입, 15개 업체를 인수합병한다.

첨단 네트워크 업체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사명(社名)도 노텔 네트웍스로 바꿨다.

1996년 AT&T로부터 분리된 루슨트 테크놀로지가 자사 고객인 대형 통신업체들의 낡은 통신망을 개보수하는 데 주력할 무렵 일찌감치 인터넷 특수를 예상하고 한발 앞선 투자로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후 노텔은 연간 매출이 40%이상씩 증가하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고 주가는 98년부터 2000년까지 4배로 치솟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월스트리트 저널이 발표한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0대 상장기업’ 중 10위를 차지했다.

노텔은 현재 전세계 광통신 장비 시장의 43%를 장악하면서 맞수인 루슨트(15%)를 멀찌감치 제쳐놓았다.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이처럼 과감한 구조조정과 공격적인 연구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전략이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노텔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광섬유 네트워크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AT&T, 월드컴, 스프린트와 같은 세계 유수의 통신업체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예비용으로 장거리 광섬유를 설치해두고 있었다. 또 대부분의 통신 회사들은 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 사용의 급증에 따른 방대한 정보량을 처리하기 위해 광섬유 한 가닥으로 초당 2.5기가(25억)비트의 데이터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해 줄 것을 광통신 업체에 의뢰해두고 있었다. 이들은 2.5기가 정도면 자사 네트워크를 오가는 모든 정보량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노텔의 라이벌인 루슨트도 2.5Gbps보다 빠른 속도로 신호를 전송할 경우 광섬유가 녹아버릴 것으로 생각하고 이 속도가 광통신 기술의 한계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노텔의 경영진은 조만간 데이터 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견하고 초당 10기가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OC192 시스템을 개발했다.

노텔의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개발 초기에는 2.5Gbps 시스템 정도의 가격을 받고 팔아야 했던 OC192는 98년부터 시장을 독점하기 시작했다.

99년말까지 노텔은 10Gbps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회사였다. 루슨트는 2000년 2월에야 경쟁 제품을 출시했다.

남보다 한발 앞선 미래 경영 덕분에 노텔은 광통신 장비분야에서 만큼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아성을 구축했다. 노텔은 현재 미국 10Gbps 광통신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AT&T 스프린트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이 노텔의 광통신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변화는 계속된다〓노텔은 종합적인 네트워크 장비 업체로 성장하기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 노텔은 고성능 광통신 사업부(HPOCS)를 창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광통신 연구개발 분야를 통합,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7월에는 광통신 장비분야에 19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노텔은 광통신 분야의 세계 1위 업체로서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무선인터넷 통신 분야의 최고를 꿈꾸고 있다.

노텔은 최근 ‘빛의 날개(Wings of Light)’라는 새로운 경영 비전을 제시했다. 유선으로 이뤄지는 인터넷이 훨씬 좋은 성능으로 무선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클레런스 찬드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조만간 무선 단말기로 언제 어디서든지 문자 음성 화상 등 모든 정보를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노텔은 이 분야에서도 세계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브램턴〓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