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폭풍같은 성량의 소프라노 고르차코바 내한 공연

  • 입력 2001년 2월 18일 18시 29분


1997년은 운이 좋은 해였다. 소프라노 갈리나 고르차코바,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떠오르는 젊은 러시아 성악계 거장 둘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었으니까. 두 사람은 특히 폭풍과 같은 성량으로 청중을 압도했다. 벽면에 부딪쳐 반사되는 소리가 공연장의 기둥마저 부르르 떨게 하는 것 같았다.

지난해 흐보로스토프스키를 다시 불러들인 데 이어 올해는 고르차코바의 두 번째 내한무대를 반긴다. 내달 3일 오후 7시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이아인 번사이드의 피아노 반주로 푸치니 ‘마농레스코’ 중 ‘혼자, 잊혀지고, 버림받았다’를 비롯한 오페라 아리아와 글린카 ‘종달새’ 등 러시아 가곡을 노래한다.

올해 39세인 고르차코바는 우리에게 먼저 ‘러시아 소프라노의 대표선수’라는 인상으로 다가온다. 키로프(마린스키) 극장의 음악감독으로 군림하면서 국수주의적 발언도 서슴치 않는 지휘자 게르기예프가 언제나 앞서 등용하는 소프라노가 그다. 필립스사에서 게르기예프가 내놓고 있는 러시아 오페라 전곡음반 시리즈에서도 보로딘 ‘이고르공’ 글린카 ‘루슬란과 루드밀라’ 등 수많은 작품의 주연을 맡았다.

그러나 4년전의 인상으로 확언하자면, 음반은 그의 진면목을 전달하지 못한다. 음반에서 그의 풍요하고 윤택한 소릿결을 느낄 수는 있지만, 강약의 처리가 불안하거나 음정불안을 매끈하게 컨트롤하지 못하는 느낌도 때로 전해진다. 그러나 그런 약점도 실제 연주에서는 압도적인 성량과 무대를 제압하는 독특한 분위기 앞에서 의미를 잃어버리고 만다.

‘러시아 대표’라는 시각도 절반은 오해일지 모른다. 그 자신은 “이탈리아 작품인 ‘마농 레스코’가 가장 자신있는 배역”이라고 말한다. 유연하면서 포근한 그의 음색에서 특별한 ‘민족색’을 느끼기는 힘들다.

스타가 된 것은 1990년 키로프에 입단하면서 부터지만, 1995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할 때는 푸치니 ‘나비부인’의 히로인으로서였다.

성악팬들이 빼놓지 않는 질문. 화장품 광고를 연상시키는 그의 사진은 ‘사실을 반영’ 하나? 사진은 대개 그의 큰 체구를 솔직히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뽀얀 피부와 서늘한 눈매는 무대 위에서도 사진 그대로다. 2만∼6만원. 02―598―8277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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