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스터사는 항소했고 미국 제9연방항소법원은 12일 다시 음반업체의 손을 들어주었다. 판결의 골자는 음악저작물을 MP3파일로 변환시킨 후 이를 인터넷에 올리거나 내려받는 것은 저작권 침해이며, 인터넷 사용자들이 MP3파일을 교환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 냅스터사는 저작권 침해에 기여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냅스터사는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거나 재심을 청구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냅스터사건은 음악파일을 자유롭게 교환하거나 이용하려는 소비자의 이익과, 음악파일을 무료로 내려받음으로써 경제적 손실을 보았다는 음반업체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본래 아날로그 환경을 예상해 마련됐던 저작권법이 디지털 환경에서 어떻게 적용돼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사실 몇 해 전만 해도 저작물을 디지털화해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았다. 왜냐 하면 저작권법은 전통적으로 책이나 음반 등 유체물의 형태로 저작물이 이용되는 것을 규제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작물의 디지털 이용이 권리자에게 경제적 손실을 줄 수 있다고 인식돼 저작권법상의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1996년 12월 세계지적소유권기구의 주도로 저작권조약과 실연음반조약이 채택됐고, 여기서는 공중전달권 및 이용제공권을 신설해 음악 및 기타 저작물을 디지털화해 일반 공중이나 제3자에게 전달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들 조약의 영향으로 현재 한국 미국 일본 독일 등 많은 외국의 저작권법은 이런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유럽연합도 14일 의회에서 이런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지침을 통과시켰으며 머지 않아 공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다면 냅스터와 같이 음악파일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라고 볼 여지가 많다. 그러나 문제는 냅스터가 그 가입자들로 하여금 서로 음악파일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 있다. 저작권법은 전통적으로 개인이 사적인 용도로 저작물을 복제하거나 가족 기타 가까운 사이에 저작물을 복제해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를 ‘사적복제’라고 한다. 그러면 냅스터는 가입자들이 사적복제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이며, 따라서 저작권 침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냅스터 가입자들은 사적복제라고 할 정도로 상호간 가까운 관계가 아니다. 법정책적인 이유에서도 냅스터의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저작권법상 사적복제가 허용된 주된 이유는 개인들이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하게 함으로써 저작권법이 지향하는 문화발전의 토대가 형성되고, 사적인 범위에서 이뤄지는 복제는 설령 그것이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통제하기 어렵고, 저작권자에게 미치는 경제적 손실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냅스터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마지막에 언급한 경제적 손실여부다.
MP3 애호가들은 무료 다운로드는 상호 양해하에 이뤄지는 것으로 지적재산을 절도하는 것이 아니며, MP3음악은 CD음악에 비해 음질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음반업체에 경제적 손실을 주지 않고 오히려 장기적으로 음악저작물의 이용을 늘릴 수 있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음반업체들이 MP3의 무료 다운로드로 인해 겪는 경제적 손실은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음악이라는 지적산물을 창작하고 이를 공중에게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경제적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음악산업의 몰락을 가져오는 것이며, 이는 결국 소비자들이 향유할 수 있는 음악콘텐츠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 냅스터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이번 냅스터 판결은 저작자의 권리를 다시 한번 강조해 주었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기수(고려대 법대교수·(사)한국복사전송권관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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