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온-오프 따로 놀면 성공 어렵다"...제프리 레이포트 박사

  • 입력 2001년 2월 18일 18시 30분


제프리 레이포트 박사
제프리 레이포트 박사
“전화가 발명된 후 거의 모든 기업이 비즈니스에 전화를 사용했습니다. 이것은 업무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죠. 그렇다고 기업들이 ‘전화비즈니스’한다며 ‘전화사업부’를 따로 두었나요?”

세계적 전략컨설팅기업인 모니터컴퍼니의 e커머스 대표인 제프리 레이포트 박사(41·사진)는 인터넷이 뭔가 독립된 새영역이라기보다 저비용으로 효율화할 수 있는 경영의 틀이라고 규정했다. ‘인터넷 비즈니스’만을 따로 떼 생각하면서 거품이다, 아니다를 논하는 동안 이것이 기존의 산업에 스며들면서 창출하는 효율성의 측면을 놓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경제역사상 1880년대 미국 철도산업이나 19세기말 20세기초 자동차산업에서도 비슷한 거품의 예가 있었죠. 수백개의 자동차 회사가 ‘거품처럼’ 생겼다가 사라지고 빅3만 남게 됐었죠. ‘자동차 비즈니스 모델은 환상이었다’고 말할 수 있나요. 자동차를 통한 효율이 산업전반에 내재화되면서 각 산업영역의 지속적인 성장에 크게 기여했는데도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시절인 94년 최초로 e커머스(전자상거래) 과정을 도입한 레이포트박사는 굴뚝기업을 뜻하는 ‘브릭 앤드 모르타르(brick and mortar)’와 온라인 활동을 의미하는 ‘클릭(click)’을 합친 용어인 ‘브릭 앤드 클릭’을 설명하며 말을 이었다.

“온라인 비즈니스는 기업이 이미 가지고 있는 오프라인 자산과 통합돼 회사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월마트와 K마트의 예를 들 수 있죠.”

유통업체인 K마트의 시장점유율은 본래 부동의 1위인 월마트에 크게 못미쳤다. 하지만 월마트의 초기 인터넷사이트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물건이 온라인사이트에서는 다뤄지지 않는 등 두 부문이 따로 굴러갔기 때문.

K마트는 홈페이지 ‘블루라이트닷컴’을 열었다. 고객DB분석을 통해 고객 대다수는 중류층 가정이라는 것을 파악, 이들의 인터넷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저가 PC를 블루라이트 브랜드로 판매하고 무료 인터넷접속서비스를 제공했다. 고객 저변을 넓히는 한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과정을 연계해 사용자의 불편을 줄였다. 곧 K마트는 월마트의 비등한 경쟁사가 됐다.

“온라인을 적용할 때는 무엇을 위해 어떠한 효과를 노리는지 목표가 명확해야 합니다.”

그는 △디지털화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고객이나 거래자에게 실제로 적합한 부분은 무엇인지를 따져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과수술 자체를 디지털화할 수는 없죠. 잡지는 디지털화할 수 있지만 상당수 독자들이 종이잡지를 원한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되고요.”

레이포트박사는 성급하게 인터넷화를 도입할 때 생기는 시행착오도 지적했다.

“슈와프사는 ‘본격 온라인화 추진’을 한다며 e슈와프이라는 회사를 별도로 만들었죠. 곧 슈와프 경영진은 온라인망이 슈와프 판매망의 핵심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두 개의 별도 법인으로 분리된 조직을 재통합하는 데 막대한 노력이 들었습니다. 두 조직을 조각조각 분해한 후 새 조직을 만들어야 했거든요.”

지난해 한국에 불었던 B2B 이마켓플레이스 바람도 대표적인 예.

“화학 관련 이마켓플레이스만도 100여개가 생겼죠. 본래 마켓플레이스의 기본 개념은 서로 다른 기업간의 재고물량, 다른 계약 및 결제방식 등 거래의 비용을 크게하는 장애들을 온라인이 해소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었어요. ‘온라인’만의 상을 그리는 과정에서 ‘오프라인’의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거죠.”

그는 인터넷비즈니스의 성공가능성도 제시했다.

“인터넷만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e베이 등은 온라인에 기반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죠. 또 일본 NTT도코모의 i모드의 경우에는 존재하지도 않던 시장을 엄청난 규모로 열어젖혔죠. 하지만 인터넷이 ‘혁명적’일 수 있는 이유는 오프라인과의 통합을 고려하지 않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레이포트박사는 이어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성공적인 ‘브릭 앤드 클릭’ 기업은 최고경영층과 CEO의 강력한 방향제시에 따라 인터넷 통합과정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여러해 동안 존재해 온 운영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매우 복합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CEO는 회사 내부적으로 온오프라인 통합과정과 이의 효용을 설득해야 하고 재정적인 자금과 인적자원을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을 도입하면 효과가 즉시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대이익을 고려해야 하죠.”

레이포트박사는 “인터넷기업은 초고속으로 6개월만에 주식시장에 등록하고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며 “온라인 인프라는 장기투자의 측면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레이포트박사는 32년만의 대폭설이 내린 직후인 16일 오전 7시반 서울 남산 중턱의 하얏트호텔에서 강연을 가졌다. 이날 강연에는 모니터컴퍼니 고문인 배순훈 전정통부장관을 비롯해 손병두 전경련부회장, 조양호 대한항공회장 등 재계인사 30여명이 참석했다.

“정보서비스는 연구해 볼 욕심이 생기는 영역이었어요. 사람이 아니라 테크놀로지가 정보를 나르는 시대에 정보집약적 산업의 경영과정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가 주 관심이었죠. 제품 생산 물류 인사 판매 등 기존의 경영학 이론이 신정보기술 분야를 접근하는 데는 잘 들어맞지 않았거든요.”

97년부터 3년연속 하버드대 재학생이 뽑은 최고의 교수로 선정되었던 레이포트박사는 명교수답게 최초로 하버드대에 e커머스 과정을 도입하게 된 경위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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