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권(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스탠퍼드대 교환교수)
2000년 4월 나스닥은 연 5주째 하락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닷컴기업 주가는 폭락했다.
이 사건은 그 이후 실리콘밸리에 어떠한 변화를 주었을까?
VA Linux사는 1999년 12월 나스닥에 상장됐다. 30달러로 시작한 주가는 공개당일 최고 239달러로 치솟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그날 창업자 래리 어거스틴과 27세의 부사장 존 홀은 각각 15억달러, 10억달러의 갑부가 되었다.
그러나 2001년 2월 현재 주가는 9달러 내외. 이들의 시장가치는 모두 1억달러 이내로 급락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내부인의 동요는 크지 않았다. 직원들의 말이다. “순식간에 BMW 승용차 한대값이 왔다갔다하는 것을 보는 기분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었습니다. 심한 현기증에 더 이상 타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돈은 참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돈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결국 우리를 파국으로 몰아갈 것입니다.”
그들은 현명했다. 어거스틴씨와 홀씨의 막대한 재산은 사실 장부상의 가치였고, 직원들의 스톡옵션은 6개월후에나 행사할 수 있는 권리였다. 외부의 시샘과는 달리 대저택, 고급차, 별장을 산 사람은 별로 없었다.
어거스틴씨는 지금도 33평의 마운틴뷰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홀씨는 1994년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할 당시 살던 아파트에서 여전히 대학동창들과 같이 집세를 분담하며 살고 있다.
Linux의 무료 소프트웨어와 소스 공유운동은 무료접속과 정보공유를 근간으로 한 인터넷 정신과 흡사하다.
독점적인 지적재산권을 가지고 수익을 올리지 않고, Linux 이용자에 대한 전문적인 서비스로 수익을 올리는 어려운 비즈니스 모델을 택했다. 세상을 보다 좋게 변화시키겠다는 신념 하나로 어려운 길을 택한 것이다.
어찌 보면, 앞으로 많은 e―비즈니스 모델이 VA Linux가 택한 어려운 길을 걷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 길이 돈문제를 초월한 그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한 미래는 밝다.
“우리의 가장 큰 재산은 기업공개로 모든 사람이 우리를 알고, 우리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인터넷 서버시장 점유율 30%, 그리고 향후 4년간 버틸 수 있는 보유자금을 훨씬 능가하는 고귀한 재산입니다. 이를 발판으로 우리는 우리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Linux직원의 이 말은 닷컴기업의 주가하락을 바라보는 실리콘밸리의 시각, 그 자체였다.
(changsg@stanfo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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