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e-재팬'디지털로 재무장, 유선인터넷 부진 씻고 'IT'최강국 야심

  • 입력 2001년 2월 18일 18시 40분


"유선인터넷은 미국에 뒤졌지만 무선인터넷에서는 세계 최강의 자존심을 되찾겠다.” 10년째 계속되는 경기침체, 한발 늦은 정보기술(IT)로 선진국의 면모에 손상을 입은 일본은 지금 무선인터넷을 통한 ‘세계 제패’를 노리고 있다.

NTT도코모의 i―모드 가입자는 지난해 12월 1700만명을 넘어섰다. 서비스 시작 22개월만의 일이다. 현재 i―모드에서 볼 수 있는 사이트는 3만5000여개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의 SK텔레콤 ntop의 콘텐츠수를 세분화해 늘려잡아도 4000여개, ntop접속이 되는 단말기보유자가 400여만명 수준인 점에 비하면 이미 큰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

i―모드의 성공은 콘텐츠사업자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 저렴한 요금, 단말기와 콘텐츠의 기술개발시점이 잘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i―모드 콘텐츠는 유선인터넷홈페이지 언어와 거의 비슷한 CHTML로 작성하기 때문에 콘텐츠 제공사업자(CP)가 되기 쉽다. 초기메뉴에 등록된 공식사이트는 약2000개지만 가입자는 약3만5000개의 비공식사이트도 이용할 수 있다. ‘오!뉴?’ 등 무선인터넷사이트를 찾아주는 검색엔진도 300여개에 이른다.

i―모드의 공식사이트가 되면 콘텐츠 이용료는 NTT도코모가 9%의 수수료를 떼고 대신 걷어준다. 인터넷의 난제인 유료화문제를 간단히 해결해 서로 ‘공생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공식사이트의 과금대행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월정액은 최고 300엔(약3000원)으로 제한하고 서비스 사용에 따른 요금은 시간이 아닌 용량당 부과하므로 이용료는 싼 편.

한국의 CP들이 WAP이나 ME환경에 맞는 무선인터넷언어를 사용해야하고 통신사업자와 계약을 하지 않고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어려운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 통신사업자가 과금대행을 해주지만 시간당 사용료도 비싸다.

지난해말 초고속ADSL 가입가구가 1만이 채 못되고 유선인터넷 인구의 약60%가 56kbps이하의 속도를 쓰는 등 PC인터넷환경이 부족한 것도 일본에서 무선인터넷을 활성화시킨 요인이다.

CP들의 경쟁적인 기술 및 아이디어 개발은 컬러단말기, 자바(JAVA)적용 단말기 등 장비의 발달과 맞물려 다양한 서비스들을 쏟아내고 있다. NTT도코모는 지난달 자바단말기 ‘i애플리’를 내놓으면서 실시간그래프가 뜨는 증권정보 등 콘텐츠를 대폭 보강했다. KDDI와 J폰도 각각 EZ웹과 J스카이용 자바단말기를 올 상반기중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해 여름 컬러화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젊은층 가입자를 많이 놓친 KDDI는 컬러 캐릭터를 첨부할 수 있는 메일서비스 등을 내놓고 흑백단말기를 최저 10엔(약100원)에 컬러로 교체하는 등 재기에 나서고 있다.

NTT도코모는 일본 성공의 여세를 몰아 세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99년부터 홍콩 네덜란드 등 각국과 제휴를 해왔다. 지난해 9월과 12월에는 모그룹인 NTT의 경쟁사라고도 할 수 있는 AOL, AT&T와 각각 제휴를 발표했다. IMT―2000도 올5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다.

NTT도코모가 시장을 선점해 자사의 기술표준을 세계화하는 전략이라면 KDDI와 J폰은 시장을 살펴보며 점진적으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다는 전략. KDDI의 요수케 후쿠마 과장은 “도코모의 전략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며 “2.5세대로도 3세대의 초기서비스가 가능한만큼 소비자들에게는 불편이 없게 하면서 안정적으로 차세대로 넘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J폰은 올12월부터 비동기식으로, KDDI는 다음해 9월부터 동기식으로 IMT―2000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도코모의 독점적지위가 야기하는 문제점도 있다. 초기에 무선시장 자체의 파이를 키우는 데는 일조했지만 경쟁을 제한해 더 이상 시장이 성숙하는 것을 저해한다는 것. 일본 총무성은 이달초 공식사이트 선정기준 투명화, 도코모의 과금시스템과 게이트웨이의 점진적 공개 등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무선통신분야가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KDDI와 J폰은 도코모를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J폰의 티몬스과장은 “지난해 5월 일본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횟수보다 데이터사용횟수가 많아지기 시작했고 현재는 2배이상”이라며 중요성을 설명했다. KDDI는 무선부문 계열사인 AU의 지분중 KDDI가 보유한 비중을 현재 66.48%에서 올3월말 100%로 만들기 위해 AU주식을 살 계획이다.

정보기술전문연구소 아틀라스리서치(www.atlasresearchgroup.com)의 박종봉이사는 “한국은 IT강국이지만 일본을 모르면 무선인터넷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며 “일본을 벤치마킹하되 ‘일본만의 상황’을 고려, 무조건 따라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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