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낮 12시경 울산 울주군 두동면 삼정리 상삼정마을회관 앞 당산(堂山)나무 아래에서는 태화강 상류에 건설될 대곡댐 때문에 수몰되는 삼정리와 인근 하삼정리 등 4개 마을 주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망향제(望鄕祭·사진)가 열렸다.
이 망향제는 오는 6월 이사를 앞두고 이들 4개 마을 170여가구 400여 주민들이 마련한 것으로 무녀(巫女) 5명이 동원돼 18일 새벽까지 계속됐다.
망향제에서 주민들은 먼저 마을 수호신으로 모셔온 당산나무에 인사를 올린 뒤 170여가구 호주들이 소원을 적은 종이를 불에 태우고 조상의 덕을 추모하는 추원제(追遠祭)도 지냈다.
무녀들이 추원제 때 각 호주의 주소와 가족들의 이름을 일일이 읽으며 고향땅을 떠나 옮겨 가는 곳에서도 무사히 정착해 평안하게 살아가도록 축원하자 주민들은 서로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일부는 마을 뒤 언덕 위에 올라가 얼마 있지 않으면 물에 잠길 마을을 내려다 보며 지난일을 회상하기도 했다.
이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손덕순(孫德順·93)할머니는 “조상들이 묻혀 있는 이 마을에서 눈을 감을 줄 알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손할머니는 곧 아들이 있는 부산으로 거처를 옮길 예정.
이들 4개 마을 주민들은 6월 말까지 정든 집을 비워주고 가구별로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 총사업비 2000여억원을 들여 95년 착공된 대곡댐은 총 저수용량 2850만t 규모로 2003년 12월 완공된 뒤 하루 9만t의 식수를 울산시민에게 공급하게 된다.
<울산〓정재락기자>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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