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급두뇌 유출 심각하다

  • 입력 2001년 2월 19일 19시 12분


과학기술 고급 두뇌의 해외 유출이 심각하다. 특히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랄 수 있는 첨단정보기술 분야의 핵심 인력 상당수가 외국으로 떠나 일부 연구기관은 현상 유지도 힘들 지경이라고 한다. 가뜩이나 취약한 국내의 연구 기반이 무너지고 외국과의 과학기술 경쟁에서 더욱 밀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연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대덕단지의 한국전자통신원에서는 지난해 외국으로 나간 기술인력이 19명이었는데 1999년과 1998년에는 각 6명, 1997년에는 3명이었다. 1999년부터 취업이민자가 연고이민자나 투자이민자를 휠씬 앞서고 있는데 이것도 고급 두뇌 유출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급 두뇌가 해외로 떠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열악한 연구 환경 때문이지만 이것이 쉽게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연구인력의 연봉은 외국의 기업이나 연구기관에 비해 턱없이 적고, 최근에는 연구프로젝트 예산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특히 국책연구기관의 인력은 1998년부터 시작된 3년 단위 계약제 때문에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 인력 40명중 39명이 떠나고 싶다고 응답한 한 설문조사는 우리의 과학기술 연구 환경의 현실을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핵심 연구인력의 외국 진출 방지 대책이 미흡한 반면 선진국은 외국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올해 전문직취업 비자의 할당량을 지난해의 11만5000명에서 19만5000명으로 늘렸다. 외국의 우수 인력을 더욱 많이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독일도 기술인력에 대해서는 특별노동비자를 발급하기로 했다. 영국이나 캐나다도 두뇌 유출 방지 기금 등을 신설했다. 또한 중국은 해외 유학 인력의 유치를 위해 대도시 거주권과 주택 혜택을 주기로 했고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연구 인력의 해외 유출은 외환위기와도 관련이 있다.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신기술과 새로운 제품으로 이어지는 연구개발이야말로 결국 과학기술의 세기를 헤쳐나갈 바탕이다. 정부건 기업이건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고급 두뇌 유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해외인력 유인책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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