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계산동 서울연립 주민들 졸속행정에 분통

  • 입력 2001년 2월 20일 01시 07분


“하라는 대로 했더니…. 이젠 오도가도 못하고 집만 날릴 판 입니다.”

인천 계양구는 지난해 4월 건물안전도가 E급으로 철거대상인 계산동 서울연립주택(64가구)주민들에게 재건축을 권유했다. 하지만 최근 인천시 문화재심의위원회로부터 인근 계양산성의 경관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가 통보를 받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주민들은 “구청의 행정 지도에 따라 추진한 재건축 사업을 뒤늦게 허가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계양구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계양구청이 수십년전부터 연립주택 건물이 낡았다며 계속 재건축을 종용한데 따른 것이다.

당시 안전도 검사 결과 E급(철거대상)판정이 나오자 계양구청은 “부지 안에 있는 체비지(445㎡)를 주민들이 사들일 경우 재건축 허가를 신청 뒤 3일만에 내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따라 주민들은 조합을 결성하고 은행에서 20여억원을 대출 받아 시유지를 매입했다. 또 시공업자와 계약도 맺었다. 이중 절반이 넘는 40여 가구는 공사 시작 전 미리 이사까지 마쳤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주민들에게는 시 문화재심의위원회의 사업승인 불가 통보가 날아왔다.

‘주민들의 사업 계획대로 14층에 이르는 고층 아파트 3개 동이 들어설 경우 문화재인 계양산성(시기념물 제10호)을 비롯한 계양산의 경관을 해치게 된다’는 것이 그 이유.

주민들이 “구가 하라는 대로 따라서 은행 빚까지 내가며 사업을 추진했고 새 아파트를 짓기 위한 착공 날짜만 기다려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 이냐”며 “늘어만 가는 대출금 이자부담한 해도 엄청난데 이제는 하루 아침에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판”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구 관계자는 “재건축 대상지가 계양산성과는 700여m넘게 떨어져 있는데다 오히려 200여m 쯤 떨어진 부평도호부청사의 경우에는 바로 옆에 15층짜리 아파트가 있어 이 곳도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일단 문화재심의위에 재심을 요청한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보고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계양구의 졸속행정은 이뿐 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계양구 병방동에 골프연습장이 건립되자 주변 주민들이 농성을 벌여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건축법상 주거지역에 골프연습장을 지을 수 없는데도 구가 이 연습장의 철탑 6개 추가 건설을 허가했다가 건교부로부터 부당하다는 통보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지난 99년 12월 그린벨트인 계양산 기슭 다남동 산 65일대 ㈜경인화약상사의 화약저장고 신축을 허가했다가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4개월동안 건축 반대 농성과 시위를 벌이자 지난해 6월 마지못해 이를 취소하기도 했다.

<인천〓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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