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 상반된 내용의 통계가 발표됐다.
전자는 가계부문의 6개월후 경기에 대한 낙관적 견해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후자는 원리금을 제때 지불하지 못할 정도로 가계재정상태가 악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외형적으로 나타난 결과만 본다면 주식시장에 전자는 호재로, 후자는 악재로 작용한다. 그렇지만 전자를 상세히 분석한 증시전문가들은 '아직 호재로 해석하기 이르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통계청은 19일 향후 소비동향과 현재의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2가지 통계를 발표했다. 경기전망, 생활형편, 소비지출계획 등 6개월후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와 6개월전과 비교한 현재의 가계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평가지수'가 그것이다.
'1월 소비자기대지수'는 12월에 비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기대지수가 82.2(12월)에서 89.89.7로 늘어났다. 지난해 6월이후 7개월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전환했다.
특히 6개월후 경기에 대한 기대지수는 64.3(12월)에서 81.8로 대폭 증가했다.
경기가 6개월후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향후 경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소비지출 증가와 가계생활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나타났다.
가계부문의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도 증가했다.
64.6(12월)에 비해 69.4로 상승했다.
현재 경기상황에 대한 평가도 12월(49.7)보다 증가(58.6)했다.
가계생활형편에 대한 평가도 12월달(79.5)에 비해 소폭 상승(80.3)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전망조사'만 놓고 본다면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조사결과대로 가계의 소비심리회복 추세가 이어질 경우 주식시장엔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시적인 호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추세전환을 가져올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이번 조사만으로 낙관적 전망을 도출하기엔 성급하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무엇보다 12월에 비해 소비자 '기대지수'와 '평가지수'가 상승했지만 여전히 100을 밑돌고 있다. '소비자기대지수 100'은 소비를 줄이겠다는 가구와 늘리겠다는 가구가 같다는 의미. 이번 발표는 여전히 소비를 줄이겠다는 가계가 많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100을 넘어서야 주식시장의 추세전환을 가져온다.
대우차 정리해고에서 알 수 있듯 고용불안과 임금상승률 둔화 등으로 가계소득의 증가는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번 조사에서 소비자평가지수가 증가한 것은 '1월중 주가상승에 의한 자본이득증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같은 한계 때문에 이번 '소비자전망조사'가 가계소비증가와 기업투자확대 등으로 연결될 것이란 기대는 성급하다는 게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의 주장이다.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듯 가계의 '연체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주택 하나 등 8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평균치)은 1월말현재 2.3%로 지난해 말 1.8%에서 한달새 0.5%포인트가 증가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경기에 4개월정도 후행하는 성격상 앞으로 가계의 연체률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9월달이후 악화된 경기상황이 연체율 증가로 반영될 것이란 얘기다.
가계부채의 절대규모도 증가하는 추세다.
2000년 9월말현재 가계부채는 모두 320조 2000억원. 이중 금융기관 대출(주택자금+일반가계대출)이 224조 8000억원을 차지한다.
당연히 이자지급액수도 부담스런 수준으로 늘어났다.
가처분소득중에서 금융이자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12.7%에 달한다. 100만원을 벌어 12만 7000원을 이자로 지급한다는 얘기다.
결국 연체율과 이자금액의 증가는 가계의 '기대지수'와 '평가지수'의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발표가 한계를 제한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즉 주식시장엔 여전히 부담스런 통계로 다가온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pya8401@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