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증시]나스닥 상장의 허와 실…FT

  • 입력 2001년 2월 20일 11시 51분


"나스닥 상장"

첨단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시장은 하이테크기업들에게 '꿈의 구장'으로 불린다.

컴퓨터 관련기업의 비중이 40%나 차지하는 나스닥시장에서의 상장은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스닥상장이 언제나 좋은 꿈으로 끝나는 것만은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일 나스닥에 상장돼 있거나 상장을 시도하는 프랑스 기업들을 중심으로 나스닥 상장의 허와 실을 보도했다.

◆나스닥상장의 허상

프랑스의 소프트웨어제조업체인 스완사는 나스닥상장을 심각하게 재고하고 있다. 그 동안 이 회사는 나스닥 상장을 위해 매출액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10만달러를 쏟아 부었다. 미국의 기준에 맞는 회계기준과 월가의 금융자문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상장절차와 추가자금도 문제로 부상했다. 더군다나 회사가 상장돼도 투자자들이 몰려올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프랑스기업으로 모기업 다소사로부터 분사한 다소시스템은 1996년 나스닥상장이후 급감하는 거래량으로 고민하고 있다. 파리에서도 거래되는 이 회사의 주식은 나스닥에서 겨우 5%미만의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씨보 드 테상은 "상장이후 나스닥보다는 파리증권거래소의 거래량이 급속히 증가했다"며 "나스닥시장에서의 거래량 급감이 미국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움은 이뿐이 아니다. 많은 상장기업들이 연간 법률비용과 회계비용으로 30%이상을 추가지출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의 감시도 심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하나 이상의 소송에 계류돼있다.

뉴욕에 상장된 프랑스기업21개중 단지 2개의 기업만이 파리시장보다 더 많은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도 나스닥의 허상을 말해준다.

글로벌 이쿼티의 애널리스트인 에릭 부켈은 "나스닥상장기업들에게 득이 되는 것은 상업적인 가시성(commercial visibility)일 뿐 유동성확보나 추가자금조달측면에서는 전혀 득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나스닥 상장기업으로 프랑스에 본사를 둔 비즈니스 오브젝트사의 피에르 미챌 포네 재무부사장은 "나스닥상장은 많은 비용과 복잡한 절차를 요구하기 때문에 상장의 목적을 정확히 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안 하는 것이 낫다"고 충고했다.

◆나스닥상장의 큰 이점은 홍보효과에 있어

비즈니스 오브젝트사는 지난 1994년에 나스닥시장에 입성했다. 당시 유럽에서는 첨단기술주가 성장할 만한 거래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포네 부사장은 "미국에 먼저 상장했기 때문에 미국기업으로 오인되기도 하지만 순수 프랑스기업"이라며 "1999년에 뒤늦게 파리에서도 상장을 했으며 미국에서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주가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나스닥상장의 큰 이점중 하나는 홍보효과이다. 스마트카드 제조업체인 겜플러스의 창업자 마트 라수스는 "이미 선점된 미국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나스닥과 파리에서 동시상장을 추진했다"며 "아직 미국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안정된 수익을 얻고 있다"고 말해 나스닥상장이 이름 알리기의 전략으로 추진됐음을 밝혔다.

스완사의 창업자인 마르 뒤트와는 "유럽시장에서 단일한 첨단기술주 거래시장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 나스닥상장을 향한 유럽기업들이 노력은 계속되겠지만 상장을 결정하기 전에 충분히 그 득과 실을 계산해 보라"충고했다.

이병희<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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