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지난 10년간 장기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지난해 상반기 한때 회복기미를 보이던 일본경제는 하반기 이후 다시 침체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초 간신히 플러스(+) 성장을 보였던 국내총생산(GDP)은 3·4분기(7∼9월)에는 또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는가 하면 소비자물가도 2년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경제의 침체는 소비심리의 위축으로 일본기업들의 공격적 수출확대로 나타나고 일본 정부 역시 경기회복을 위해 엔저 정책으로 이를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 엔화약세와 일본상품과의 경쟁확대는 아시아통화의 동반하락을 유도하고 아시아통화가 불안할 경우 국제금융기관들이 자금을 회수해 제 2의 환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일본경제 침제의 요인과 전망 그리고 3월 위기의 가능성에 대해 분석했다.
◆일본경제 지금 어떤 상황인가
보고서는 90년대 일본경제가 96년 중 3.6%성장을 기록하는 등 일시적 회복기간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성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92년 이후 99년까지는 연평균 1.09%성장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가 이 같은 장기불황에 대응해 총 9차례에 걸쳐 무려 110조엔을 경기부양에 쏟아 부었지만 수요확대의 선순환보다는 기업구조조정 지연의 악순환으로 나타나고 부실기업의 부도가 급증하는 등 경제가 침체양상을 더해가고 있다.
특히 96년의 일시적인 회복세를 오판해 일본정부가 재정지출을 축소하고 소비세를 인상하는 등 총수요 억제정책을 펼쳐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97년 이후로는 민간소비가 극심한 침체를 보였는데 이는 인구 고령화등 구조적인 요인도 있지만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불안심리, 저성장에 따른 소득증가세 둔화, 기업부도 급증으로 인한 고실업등 경기적 측면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대신경제연구소가 경기지수를 통해 일본경제의 경기순환 국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경기선행지수의 상승세가 2000년 6월 이후 둔화되고 있으며 동행지수도 9월 이후 증가율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침체양상이 계속되고 있음은 물론, 경기순환 상 하강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됐다.
따라서 당초 일본경제가 설비투자의 회복세를 바탕으로 소비위축현상이 점차 완화되며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경기하강국면의 진입과 내수부진현상의 지속으로 일본경제의 장기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일본 경제 왜 불황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나
보고서는 일본경제의 장기불황요인으로 자산디플레이션의 심화와 금융구조조정의 부진, 부적절한 정책추진과 제한적인 정책수단, 성장잠재력 축소등을 들었다.
△자산디플레이션의 심화- 자산디플레이션은 지난 80년대 경기과열도 생성된 거품이 붕괴되면서 그 후유증으로 생긴 자산가치의 하락을 말하는 것으로 90년대 전후 기준으로 닛케이지수는 65%, 부동산가치는 35%나 하락하는 등 증상이 심화되고 있다.
자산가격의 하락은 보유자산가치하락과 기업담보력을 약화시켜 소비 및 투자의 위축은 물론 은행부실채권을 증가시킨다. 부실채권을 안은 은행은 기업대출을 꺼리게 되고 대출의 문이 좁아지면서 부도가 급증하는 등 실물경제는 물론 금융부실을 초래하는 복합불황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금융구조조정의 지연-일본정부는 95년에 와서야 버블붕괴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처리지침을 마련했으며 처리방법도 미국의 '단기일괄처리방식'이 아닌 '중장기 처리방식'을 택해 금융시장의 불안을 장기화시켰다는 지적이다. 또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해소에 있어서도 관련부동산 매각이나 부실채권 유동화가 부진함에 따라 추가부실의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정부의 부적절한 정책추진과 제한적인 정책수단-일본정부는 버블붕괴후 경기회복을 위해 공공투자를 대폭 확대하면서 재정적자가 급속도로 증가했고 이는 재정정책의 활용을 제한시켰다. 즉 재정적자의 증가는 현재와 같이 통화정책이 제한적인 초저금리상태(단기금리 0.25%)하에서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정책마저 제한시킴으로써 불황을 장기화시키고 있다.
△성장잠재력의 축소-불황에 따른 영향으로 성장잠재력도 축소되고 있는데 이는 기대성장률을 축소시키고 기업과 개인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킴으로써 다시 실질경제성장률을 하락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일본호 어디로 가나
무엇보다 경기회복에 필요한 것은 소비심리의 위축을 해소하는 일이지만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소비감소와 일본경제의 우려에 따른 주가하락과 부동산가치하락이 진행되면서 소비심리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99년 3분기이후 소비자 신뢰지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기준지수인 50을 밑돌고 있어 소비지출이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경기와 관련해서는 경기전망에 관한 대표적 지표인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99년 3분기이후 호전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민간기계수주증가율이 4분기들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 설비투자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단칸지수에 나타난 생산설비 및 고용상태를 살펴보면 버블이 붕괴된 93년이후 설비 및 인력의 과잉상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기업들의 과잉설비와 과잉고용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대외무역측면에서는 그동안 큰 폭의 수출증가가 일본경제의 급락세를 막았으나 미국의 경기둔화여파로 2000년 하반기 이후 수출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어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감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 3월 위기설의 가능성은?
최근 일본경제가 3월에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3월 위기설'이 퍼지고 있다.이는 주가하락으로 평가손실이 늘어난 일본 금융기관들이 3월 말 결산을 앞두고 BIS비율유지를 위해 기존 대출을 대량회수하면서 기업 및 금융기관들의 부도가 속출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말한다.
보고서는 일본경제가 장기불황에 대한 내성이 길러진데다 IT관련 설비투자의 호조가 이어져 플러스승장세를 나타내고 있어 그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또한 닛케이 주가도 13000선을 강력한 지지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연쇄부도와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행들의 주식 출회량이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며 외국인들도 작년 11월 이후 3개월연속 일본채권을 순매수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병희 정유미<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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