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사용될 새 교과서들은 태평양전쟁을 ‘아시아 해방전쟁’으로, 한국병합을 ‘동아시아 안정정책’으로, 그 강제병합 과정은 ‘국제법에 따라 합법절차를 밟은 것’으로, 식민지 정책을 ‘근대화에 도움을 주었다’로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징용 같은 강제연행이나 종군위안부 등에 관해서는 기술조차 외면하거나 단순한 ‘인력동원’만 했다는 식으로 적고 있다. 한마디로 악의적인 역사왜곡이다.
근래 일본은 패전 후 중단했던 국기 게양 및 국가 제창을 법적으로 되살리고,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라고 권유하는 복고(復古)로 흐르고 있다. 나아가 평화헌법 개정, 군대 부활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거기에 역사 교과서는 극단적인 보수사관(史觀)에 바탕한 왜곡 날조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방위청 장관을 지낸 노로타 호세이 중의원 예산위원장은 18일에도 ‘일본의 침략이 아시아 식민지 해방으로 연결되었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둘러싼 정치인 교수 언론인 만화가 교사 등 우익인사만이 아니라, 일본 내에 얼마나 많은 유사 지지세력이 자리잡고 있는지를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이 세력들이 바로 왜곡된 문제의 교과서를 불합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외교관 출신의 노다 에이지로(전 인도대사)교과서 심사위원을 심사위에서 내쫓은 것이다.
우리는 한국과 결부된 역사 왜곡을 이웃 나라 일본의 내정문제로 지나쳐 버릴 순 없다. 바람직한 양국관계를 위해 터무니없는 역사 왜곡이나 날조를 바로잡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는 문부성의 검정 통과 움직임에 관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확인을 요구하고 ‘역사왜곡 중단’을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현 정부가 당장의 한일관계만을 염려하여 역사왜곡 등 근본적인 문제점을 들추지 않고 단호한 해결을 미루는 식으로 대응한다면 그것은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