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뜨겁다]세무자료 폐기 의문점 '복명서'는 안다?

  • 입력 2001년 2월 20일 18시 26분


94년 언론사 세무조사의 일부 자료가 폐기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자료 폐기를 둘러싼 의문점이 꼬리를 물고 제기되고 있다. 과연 누가 언제 무슨 내용의 자료를 폐기했을까.

안정남(安正男) 국세청장의 19일 국회 재경위 답변에 따르면 세무조사 자료 중 남아 있는 것은 마지막 보고서인 법인세와 주식 이동 관련 결정 결의서 뿐이다. 대신 조사 실무자들이 조사를 하면서 그때그때 작성한 일일 보고서 성격의 복명서(復命書)는 없어졌다고 한다.

통상 복명서는 ‘이러 이러한 문제가 있어 조사해 보니 이렇더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따라서 복명서가 있다면 조사 대상 언론사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소상히 알 수 있다. 결정 결의서에 없는 내용이 복명서에 있는 경우도 종종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복명서를 없앤 것은 세무조사에서 드러난 언론사의 비위를 눈감아 준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복명서가 남아 있으면 세무조사에서 어떤 문제가 적발됐다가 결정 결의서에서 빠졌는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무조사 자료폐기에 대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도 이런 시각에서 나온다. 한나라당이 여당 시절 언론사 세무조사를 정치적 의도로 악용했음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런 맥락에서 구 여권이 97년 말, 98년 초 정권교체기에 고의적으로 관련 자료를 없앴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기에 청와대의 통치자료가 대거 폐기될 때 세무조사 자료도 없어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와 다른 생각이다. 민주당이 마치 대단한 자료가 없어진 것처럼 흥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복명서가 그리 중요한 자료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기업인 출신의 이상득(李相得) 의원은 20일 “기업체 세무조사를 할 때도 조사 실무자들이 복명서를 작성하지만 여기에는 무리한 내용이 많이 담기기 마련”이라며 “이후 사실 관계를 더 확인하고 관련 법률 검토도 해서 최종 결정 결의서가 나오기 때문에 복명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국세청측도 복명서가 정식 공문서에 해당되지 않아 보존 의무가 없다고 말한다.

안청장이 취임 후 일부 자료가 없어진 사실을 알고 관련자를 문책하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복명서는 결정 결의서가 작성되면 사실상 의미가 없어 폐기해도 그만”이라며 “국세청이 아닌 민주당이 나서서 자료 폐기문제를 제기한 것만 봐도 이를 정치 쟁점화 하려는 여권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인수·하임숙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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