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빈틈이라도 찾아 주차하려는 차들이 계속 밀려들지만 단지 내를 몇 바퀴 돌아도 끝내 자리를 찾지 못하자 인근 상가와 도로변으로 다시 나선다. 그러나 단지 밖에서도 빈자리를 찾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
70년대 말에 지어진 이 아파트의 공식 주차면적은 2600대지만 주민들이 보유한 차량은 5500여대에 이른다. 그래서 인간성과 상관없이 출퇴근 때 이웃 간에 얼굴을 붉히게 되는 일이 잦다.
주민 이모씨(32)는 “아침에 차를 빼는 과정에서 주민들끼리 서로 다투거나 길을 막은 차에 욕설이 담긴 쪽지를 붙여놓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아예 인근 상가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주차요금을 문 적도 많다”고 말했다.
입주민대표 조병호씨(53)는 “주차문제가 너무 심각해 테니스장 등을 주차장화하는 방안을 논의해봤지만 현실성이 없어 보류했다”고 말했다. 인근 대치동 쌍용아파트도 지난해 심각한 주차난에 시달리다 놀이터의 주차장화 문제를 놓고 찬반투표를 벌였지만 무산됐다.
이처럼 서울과 신도시의 아파트들이 심각한 주차난에 시달리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시내 아파트들의 상당수가 이처럼 심각한 주차난을 견디다 못해 녹지나 놀이터 등을 주차장으로 전용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데다 용도변경 허가를 받기도 쉽지 않아 쉽사리 결론을 못 내고 있는 것.
아파트 주차면적에 관한 규정이 제정된 것은 불과 10년 전인 91년으로 전용면적이 60㎡(18.2평)이상은 1대 이상, 그 이하는 0.7대의 면적을 확보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90년 이전에 지어진 상당수의 아파트는 가구당 주차면수가 1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신도시 아파트 단지 역시 주차난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 안양 평촌 등 수도권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들도 중소형 평형은 가구당 주차면수가 1대에 못 미치는 단지들이 많다. 평촌 목련3단지의 경우 17평형과 23형평형에 모두 902가구가 입주해 있지만 주차면수는 258대에 불과해 인근 도로변과 공원 등에 주차하고 있다.
개발 당시 주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할 것을 예상해 주차장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부나 자치단체에서는 단지 내 주차난은 주민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나몰라라하는 입장.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90년대 이후 차량보유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아파트 내 주차문제를 호소하는 민원이 많지만 이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녹지 등의 전용도 법적으로 필요면적이 규정돼 있어 허용해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