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해/물 건너간 '2월 개혁완료'

  • 입력 2001년 2월 20일 18시 30분


개혁이 이렇게도 어려운가. 정부는 2월말까지 기업 금융 공공 노동 등 4대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끝내는 개혁을 이루겠다고 수시로 밝혔다. 자꾸 발표해 스스로 의지를 다짐하는 모습이었다.

대통령은 달마다 장관들을 청와대로 불러 부문별 추진 과정을 점검하는 ‘숙제 검사’를 했다.

곧 정부가 약속한 2월말 시한이 다가온다. 과연 구조조정은 제대로 이뤄졌나. 전문가들의 평가는 한마디로 냉담하기 그지없다.

“IMF 직후엔 우리가 뭘 해보자는 의욕이 넘쳤는데 지금은 모두 뭘 해야 할지, 정부는 뭘 추진하는지 종잡을 수 없다.” 증권시장에 있는 한 펀드매니저는 정부의 구조조정 노력에 비전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걱정하는 현대 문제를 바라보는 눈길은 여전히 밝지 못하다. “당장은 손해보는 일이라도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나서야 하는데 모두 눈치만 보면서 사태를 질질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는 사이에 미국의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현대라는 특정 기업을 돕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이 시한을 못박아 놓고 개혁을 끝내겠다고 하는 바람에 생기는 무리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 경제팀이 약속한 2월말까지 ‘구조조정 완료’는 이제 ‘구조조정의 큰 틀을 마무리했다’는 쪽으로 둔갑해 있다.

구조조정의 틀은 환란 이후 정부가 내건 4대 부문 12대 핵심 개혁 과제를 발표할 때 이미 나왔던 것이다. 새삼스럽게 ‘2월까지 마무리짓는다’고 말을 할 필요도 없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재정경제부는 올 들어 ‘살리는 구조조정’을 하겠다며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 정책의 방향을 많이 바꿨다.

내년이면 선거철로 접어든다.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우리 경제가 정치 바람에 휘말리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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