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美헤리티지재단 에드윈 퓰너 이사장

  • 입력 2001년 2월 20일 18시 35분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에드윈 퓰너 이사장(사진)은 20일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요구하는 상호주의는 북한이 남한과 미국의 화해 노력에 대응할 만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구체적으로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조만간 남한을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이산가족 상봉단을 선정할 때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는 것 등”이라고 말했다. 22일 아태평화재단 주최로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할 퓰너 이사장은 방문에 앞서 동아일보와 E메일 인터뷰를 했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부시 행정부의 정책 형성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러시아 중국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축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부 국가들이 NMD 구축을 우려하는 것은 NMD가 미국 영토만을 방어하기 때문에 다른 우방국들은 미사일 공격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뿐만 아니라 우방국들도 동등한 조건 하에서 방어할 수 있는 광범위한 미사일안보 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제네바합의 이행 압박▼

―최근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이 ‘햇볕정책’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발언은 미국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하는가.

“부시 행정부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 또는 햇볕정책을 계속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94년 제네바 합의에 명기된 조건과 의무들을 성실하게 수행하도록 계속 압력을 넣을 것이다. 아미티지 부장관의 발언은 남한과 미국의 화해 노력에 상응하는 조치를 북한이 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구체적 화해 모습 보여야▼

―부시 행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제임스 베이커 전 미 국무장관은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은 대한(對韓)방위공약 준수, 북한 대량살상무기 생산판매 금지, 모든 합의의 검증 등 3대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시 행정부가 3대 원칙에 기초한 대북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는가.

“베이커 전장관이 밝힌 3대 원칙은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의 굳건한 기초가 되며 포용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 조건이라고 본다. 첫째, 한국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국 중 하나이며 계속 그런 위치를 유지할 것이다. 둘째,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생산판매 금지는 미국 안보정책에 매우 중요하며 그 중요성은 단지 아시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북한과의 모든 합의를 명문화하는 것은 매우 분별 있는 처사이며 상호주의 원칙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최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언급한 ‘상호주의’에 입각한 북―미 관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북관계에서 ‘나쁜 경찰’ 역할을 맡고 한국은 ‘좋은 경찰’이 되는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부시 대통령의 상호주의는 대북 관계에서 한국과 미국이 인위적으로 ‘좋은 경찰―나쁜 경찰’식으로 역할을 분담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호주의는 북한이 남한과 미국의 화해 노력에 대응할 만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만간 남한을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하며 이산가족 상봉단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정치적 고려를 해서는 안된다.”

▼北 제한된 시장경제로 전환▼

―김위원장의 상하이(上海) 방문을 계기로 북한 경제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가까운 미래에 김위원장은 제한된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모색할 것이다. 급속한 사유화와 상업화로 나아가기보다는 정부와 민영기업의 제휴 형태 등을 시험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위원장의 경제개혁을 그의 힘이 약화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반대로 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북한 내에서 그의 영향력이 공고해지고 있으며 국가통치에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3월초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그 어느 때보다 알찬 결실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양국 정상은 대북정책 조율, 경제개혁과 투명성 확보, 일본과의 외교동맹 재확인, 중국―대만 정책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것으로 전망된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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