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선진국에서 배운다]"너만 믿는다" 10년 불황 탈출의 꿈

  • 입력 2001년 2월 20일 18시 38분


일본 도쿄의 중심가이자 사무실 밀집지역인 니혼바시. 들쑥날쑥한 건물과 간판으로 뒤덮인 서울과 달리 이곳 빌딩들은 대부분 대리석으로 외벽을 치장한 데다 돌출된 간판이 없어 정돈되고 깨끗한 느낌을 준다.

그 곳에 일본 최대의 부동산업체인 미쓰이부동산의 본사가 있다.

1941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2000년 3월말 현재 자본금 1344억엔(1조4000여억원), 자산 2조630억엔(20조여억원), 매출액 6228억엔(한화 6조5000억원) 규모의 거대기업. 사업소만 일본내에 18개가 있고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에도 해외영업소가 있다.

자본금과 매출액은 국내 건설업체 중 가장 큰 현대건설(2000년 말 기준 자본금 1조6657억원, 매출액 6조7200억원)과 비슷하지만 자산규모는 현대(8조6900억원)의 2배가 훨씬 넘는다.

90년대 계속된 경기침체와 부동산거품 붕괴로 대규모 적자를 내는 등 곤욕을 치르며 ‘볼품없는 공룡’으로 불리기도 했던 이 회사는 요즘 화려한 재기를 꿈꾸고 있다. ‘믿는 구석’은 3월 주식시장 상장이 허용된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다.

미쓰이부동산 시미즈 토오루(淸水 徹) 홍보과장은 “부동산거품 붕괴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위한 구조조정작업이 지난해 거의 마무리됐다”며 “5∼6년내 10조엔(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리츠시장에 적극 참여, 재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리츠시장 선점을 노려 작년부터 일찌감치 2개의 리츠설립을 추진했다. 그 중 하나는 상장을 목전에 둔 상태.

우선 선보일 상품은 지난해 3월 스미토모생명보험, 미쓰이신탁, 노무라증권 등과 공동으로 설립한 ‘오피스 리츠’. 도쿄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의 9개 건물, 600억엔(6000억원)어치를 초기자산으로 출범한 이 리츠는 6월경 2000억∼3000억엔(2조∼3조억원) 규모의 펀드를 모집,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이다.

빌딩은 대부분 장기간 보유하면서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만을 사들이되, 리츠의 자금관리는 ‘미쓰이부동산 투자자문회사’가, 빌딩관리는 ‘미쓰이부동산’이 각각 나눠 맡고 있다. 또 부동산가격 폭락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투자대상 빌딩을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지역에서 70% 이상 확보하고, 나머지도 지방 도청소재지 중심으로 매입할 계획.

또다른 ‘작품’은 지난해 미즈호 파이낸셜그룹(다이이치 후지 일본흥업 등 3개 은행이 통합 설립된 금융지주회사)과 설립키로 합의한 3000억엔(3조원) 규모의 리츠회사.

이 리츠는 주로 미즈호그룹과 관련있는 생명보험회사가 보유한 전국의 오피스빌딩, 안정적인 임대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맨션 쇼핑센터 등을 매입하게 되며, 현재 설립 및 상장시기를 검토중이다.

미쓰이부동산은 두 리츠 모두 5∼6년 안에 1조엔(10조원) 규모로 자산을 키워나갈 계획이다.이 회사 아사이 히로시(淺井裕史) 부동산증권화추진부장은 “목표 투자수익률이 5∼7% 정도인 데다 새로운 투자상품이어서 연금과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투자위험 분산(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계획달성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본리츠 참여예정 주요업체▼

설립회사운용 부동산초기펀드규모/
목표펀드규모
상장시기
미쓰이부동산+스미토모생명 등오피스빌딩3000억엔/1조엔6월
미쓰이부동산+미즈호그룹종합(오피스빌딩·임대주택·상업시설 등)3000억엔/1조엔상반기중
미쓰비시지소+동경해상+제일생명오피스빌딩1000억엔/1조엔4월중
미쓰비시상사+UBS애셋매니지먼트상업시설1000억엔/미정상반기중
동경건물+금융기관(제휴교섭중)오피스빌딩+도시형상업시설미정연내
모리트러스트+다이와SBCM+
미쓰비시신탁은행
종합(오피스빌딩·주택 및 상업시설 등)200억엔/2000억엔연내
도큐건설오피스빌딩 중심미정2∼3년내
노무라부동산오피스빌딩 중심미정미정
마루베니오피스빌딩미정미정
일본항공호텔 등미정미정

도쿄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