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원로정치인 송남헌옹 별세

  • 입력 2001년 2월 20일 18시 41분


항일독립운동과 평화통일운동의 외길을 걸어온 원로 정치인 송남헌(宋南憲)옹이 20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고인은 해방 직후 민족분단을 예견하고 통일운동에 앞장섰던 우사 김규식(尤史 金奎植) 선생을 도와 좌우대립의 회오리 정국 속에서 중도노선을 걸으며 평생 좌우합작 남북협상 등 통일로 가는 길을 걸었던 선각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해 1948년 4월 김구(金九) 김규식 선생 등과 함께 평양에 다녀왔으며 4·19 이후에는 혁신계 정당활동을 하다 고초를 겪기도 했다. 고인은 생전에 “평생 오로지 통일을 위해 일해 왔으며 통일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해 왔다.

해방 직후 좌우합작위원회 우측비서, 김규식 입법위원 의장 비서실장, 민족자주연맹 비서처장 및 상임위원을 거쳐 1948년 남북협상민족자주연맹 대표 등을 맡았다.

1961년 혁신계 정당들의 대동단결을 위해 윤길중 고정훈 등과 통일사회당을 창당했으나 이로 인해 5·16 직후 2년반 동안 감옥생활을 하기도 했다.

70년대 초 민족통일촉진회를 설립해 활동했으며 90년 초부터는 김규식 선생을 추모하는 우사연구회 회장을 맡아 왔다.

지난해 7월에는 강만길(姜萬吉) 고려대 명예교수, 심지연(沈之淵) 경남대 교수, 서중석(徐仲錫) 성균관대 교수 등과 함께 ‘송남헌 회고록:김규식과 함께 한 길’을 포함한 ‘우사 김규식 전집’(전 5권)을 간행하는 등 마지막까지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밖에도 고인은 ‘해방 30년사’ ‘한국현대정치사’ ‘해방 3년사’를 집필해 우리 현대사 연구에 기여했다.

유족으로는 재영(독일 뮌헨시립대 학장), 재웅(㈜보험월드 대표), 재홍씨(자영업) 등 세 아들과 딸 여희, 여주씨가 있다. 부인 이정구(李貞求)씨와는 94년 사별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영안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2일 오전 9시. 02―760―2011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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