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 홀에서 창단 공연을 갖는 춤 그룹 ‘무사(無死)’의 ‘Promise’ 공연. 춤이라지만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알쏭달쏭하다. ‘무사’는 정용진(24) 이재성(22) 변지훈(21) 등 젊은 한국무용수들로 구성된 춤 그룹이다.
이 그룹의 리더로 기획 연출까지 맡은 정용진의 아버지는 중견 무용가 정재만 교수(숙명여대·53). 정 교수는 89년 작고한 벽사 한영숙선생의 제자로 지난해 중요 무형문화재 제 27호 승무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전통의 맥을 잇는 아버지와 달리 아들은 록 그룹 콘서트를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무사’의 무대는 한국무용하면 연상되는 전통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있다. 이들은 공연 레퍼토리 가운데 음악으로 사용되는 록발라드 등을 직접 연주한다. 또 ‘신월광무(新越光舞)’ 등의 창작 무용에서는 3인이 차례로 독무를 선보인다.
정 교수 부자는 96년 스승에서 제자로, 아버지에서 아들로 우리 전통 춤사위를 이어주는 ‘내림춤판―정재만 정용진의 춤’ 공연을 갖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용진은 “한국 무용의 공연장은 ‘집안 잔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전통 춤에 현대 춤이 합쳐지고, 무용수와 관객이 어우러지는 재미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97년 6명의 남성으로 구성된 댄스 그룹 ‘101’을 결성해 TV 등에 출연하며 활동하기도 했다.
아들의 독설에 대한 아버지의 답변은 좀 우회적이다.
“(한영숙)선생님은 내가 옛날 창작 춤을 추면 ‘지랄 춤’ 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딴 짓을 해봐야 우리 것을 잘 알 수 있다며 ‘여백’을 남기셨습니다.”
‘무사’는 내친 김에 이번 공연에 사용된 음악을 앨범으로 출시할 예정이며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이미 홈페이지(www.k―musa.com)를 통해 춤 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나선 이들은 ‘무사 팬클럽’도 창단한다.
다시 아버지의 말.
“춤이 사람들과 멀어졌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습니다.이번 공연에 대한 입장은‘비판적 후원’입니다.”
정 교수는 지난 설날을 앞두고 아들과 함께 경기 여주군 남한강 묘원에 있는 한영숙선생 묘소를 찾았다.
“큰 공연을 앞두거나 명절이면 이곳을 찾아 춤을 춥니다. 선생님께 제 춤 한번 보고 말씀해 달라는 거죠. 언제나 돌아오는 대답은 진실한 몸짓이어야 남이 공감한다는 것입니다. 용진이도 그걸 느낄 때가 오겠죠.”
공연은 오후 7시. 1만원. 02―516―1540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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