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호세 계약불발로 본 용병제도의 문제점

  • 입력 2001년 2월 20일 20시 36분


결국 롯데의 스토브리그 도박은 실패로 끝났다.

마해영이라는 팀내 간판선수를 선수협 강경파라는 이유만으로 과감하게 삼성으로 트레이드 할 수 있었던 데에는 99년 롯데의 영웅 호세를 데려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클린업 트리오 타선의 공백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호세는 롯데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롯데와 연봉협상을 벌이는 동시에 미국 마이너리그 팀과도 협상을 진행중이었는데 '프로' 선수이기에 조건상의 차이로 결국 국내 복귀를 포기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롯데는 팬들에게 격렬한 비난을 듣게 되었고, 롯데 구단 자체는 선수들에게 짠(?), 투자 마인드가 떨어지는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굳쳤다.

물론 호세와의 계약 실패 요인이 롯데구단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롯데도 호세를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지금껏 행해졌던 용병계약이 이면계약 투성이라는 의혹도 한몫 한 것.

지난 주 LG 해리거 투수의 올 시즌 계약액이 발표한 금액과 차이가 많이 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용병 이면계약의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론이 악화되자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이를 인정했고, KBO는 그동안 적발되지 않는 이상 규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고 전해졌다.

이런 국내 용병계약의 현실을 알고 있는 호세도 가만히 있지 않은 것. 구단이 정해주는 액수대로 계약한다면 자신만 앉아서 손해본다는 생각이 팽배했기에, 그의 롯데행은 롯데구단의 이면계약 용인이 있기 전까지는 성사될 가능성이 없었던 것이다. 또 롯데구단 역시 그 동안 선수들에 대한 투자가 인색하다는 평판이 있었던지라 호세 한명을 위해 거액의 돈을 투자할 가능성은 없었다.

이렇게 롯데는 그들의 투자 마인드와 국내용병계약의 현실적인 여건 등으로 호세를 데려오지 못했다. 이제 롯데는 작년보다 화력이 떨어지는 클린업 트리오를 구성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번 롯데와 호세 선수의 계약 불발은 여러 가지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KBO는 용병제 도입으로 국내 선수들이 위축될 개연성을 막기 위해, 용병 연봉상한선 제를 운영했지만 이는 경쟁적인 관계인 구단들로 인해 지켜지지 않았고, KBO도 이를 알았지만 구단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제재를 가하지 않고 묵인해왔다.

결과적으로 이는 용병 몸값의 폭등으로 이어졌고, 이는 자연히 국내 선수들에게 투자할 비용의 감소로 이어졌다.

그리고 프로야구의 틀은 용병에 의해 팀 전력이 좌우될 만큼 선수층 기반이 흔들리게 되었다.

용병제의 도입은 당장의 팀전력 상승 목적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국내 선수들이 기량과 정신적인 면에서 뛰어난 용병들을 벤치마킹하면서, 프로야구 전체가 한단계 올라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본질적인 목적을 달성하자는 전체적인 공감대 형성보다, 경쟁의식이 강한 구단들은 현 용병제도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이면계약을 해서라도 좋은 용병들을 보유, 눈에 보이는 성적 상승효과를 바라는 비전없는 발상만을 하고 있다.

이런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KBO는 현실적인 용병계약 규정을 새롭게 마련하고, 국내 프로야구 기반을 흔드는 구단들의 불법행동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순하게 한번 비교해 보자. 야구팬들이 응원하는 선수로 한명을 선택하라고 하면 과연 누구를 택할 것인가.

①번:99년 플레이오프의 영웅인 호세 선수 ②번:8년을 줄곧 국내에서 뛴 양준혁 선수.

답은 알려주지 않아도 알 것이다.

오준석 <동아닷컴 e포터> puppy1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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