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사업 기술향상 기회로▼
지금까지 이들 전투기 업체는 나름대로의 우수한 성능을 홍보하기에 주력했지만 대단히 위험한 발상은 한반도 통일 이후 주변국을 염두에 둔 전투기는 자신들의 전투기뿐이라는 홍보내용이다. 어떤 기종이 차세대 전투기로 결정돼도 주변국을 염두에 둔 공군력 향상은 기대할 수 없다.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수백대의 F4, F5 전투기는 2010년까지 모두 도태될 것으로 예상돼 겨우 40∼50대 정도 확보될 차세대 전투기로 F15 전투기만 해도 수백대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과 핵무기까지 갖고 있는 중국을 어떻게 견제한다는 것인가. 이미 군사력으로 주변국을 견제한다는 생각은 한계가 있어도 엄청난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외교통일정책은 남북한간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정책 목표로 돼 있다. 만약 남북한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권국가의 성격상 기본적인 방위력은 유지돼야겠지만 과도한 군사력은 감축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런 흐름은 장기적 관점에서 한반도뿐만 아니라 주변국가들도 동북아 평화를 위해 군축의 환경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차세대 전투기 사업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돼야 할 것인가? 첫째는 한국의 기본적인 방위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추진돼야 하고 한국의 항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기술이전을 가장 적극적으로 해주는 회사의 기종으로 선택하는 지혜가 모아져야 할 것이다. 한국의 무역수지에 있어서 단일 품목으로 최대 적자를 기록하는 공산품은 항공기이다. 1995년 통계로 2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21세기 초에는 무려 60억달러의 무역적자가 예상된다.
무역수지뿐만 아니라 항공산업은 21세기의 첨단기술을 선도할 기술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민간 부문 항공산업 발전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 1986년 국내 항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F16 전투기를 면허생산하는 사업을 벌여 전투기를 직접 사들이는 가격보다 10억달러를 추가로 부담하면서 기술 축적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영향을 주면서까지 항공산업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F16 전투기를 추가 생산하는 고육지책을 택했다. 한국은 1981년 F5 사업을 전개해 1986년까지 항공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초를 다졌으나 그 이후 8년 동안의 생산 공백을 보임으로써 그나마 어렵게 쌓아놓은 기술축적이 물거품이 되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한 국가의 항공산업은 정부의 장기적이고도 체계적인 육성정책이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 세계 최정상급의 전투기로 평가되는 일본의 F2 전투기도 끊임없는 라이선스 생산과 추가생산을 통한 생산라인 유지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공동개발이 가능했던 것이다. 군사부문에서 기술축적에 성공한 일본은 최신예 미국 여객기인 보잉 777에 사용되는 부품의 21%를 공급하고 있다.
▼선정과정 투명해야▼
두번째는 투명성의 확보다. 첨단 전투기의 획득은 국익 차원에서 민간에 알리지 않아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선정 과정에서 충분히 공개성과 투명성을 보여줄 수 있다. 우리는 율곡사업의 비리와 린다 김 사건 등 무기를 획득할 때마다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사례를 갖고 있어 차세대 전투기 사업도 비리로 얼룩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안보사업을 맡겨 놓았다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겨 놓은 꼴이 됐으니 국민의 배신감과 분노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번만큼은 민간대표들도 참여시켜 밀실담합이 아니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40억달러라는 엄청난 거금은 국민이 피땀 흘려 내놓은 혈세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고 아울러 전투기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