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첨단기술주의 실적악화로 폭락세를 연출하는 증시에서 연준리(FRB)의 추가 금리인하만을 고대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소비자물가지수의 급등은 큰 악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 왜 중요한가?
월가는 증시의 구원자로 앨런 그린스펀 의장을 기다리고 있지만 지난 주 발표된 도매물가의 상승과 수요일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가 그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은 인플레보다 경기둔화의 우려가 강하다는 전제하에 지난 달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1월 중 무려 1%포인트에 달하는 금리를 인하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인플레 압력이 제어할 만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경제지표들이 그의 기본가정을 뒤흔들어 놓을 지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주 발표된 도매물가의 경우 1월 한 달간 1.1%나 상승해 10년만에 최대의 상승폭을 기록했으며 이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지수도 기존 예상치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망치를 벗어난다면?
대부분이 전문가들은 의외의 사태를 배제하지 못하지만 예상치를 벗어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1월중 도매물가의 오름세는 천연가스가격의 상승에 기인한다고 보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지수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이들은 전망하고 있다.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이코노미스트인 브리안 존스는 "도매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천연가스가격의 폭등에 따른 것"이라며 "인플레 우려는 없다"고 주장했다.
무디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존 론스키도 1월중 소비자물가지수가 0.3%정도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만 브라더스등 다른 월가의 전문가들도 대부분 이 정도 상승폭에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결과가 예상치와 빗나갈 경우에 발생한다. 론스키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치와 일치한다면 FRB의 금리정책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FRB는 주식시장과 함께 경제가 어떻게 가고 있는지도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며 인플레우려에 따른 FRB의 금리정책변경이 가능함을 시사했다.
실제로 몇몇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지수가 0.4%내지 0.5%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CBS마케워치가 16일 보도하기도 했다.
따라서 소비자물가지수가 월가의 기대치에 벗어날 경우 단기적으로 FRB의 추가금리인하의 가능성이 줄어들어 증시폭락을 초래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물가인상과 경기둔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여전히 월가는 FRB의 추가금리인하에 동의
1월 도매물가의 큰 폭 상승에 따른 인플레우려심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월가 전문가들은 이번 20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RB가 금리를 최소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CBS마켓워치가 이코노미스트들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최소한 0.25%포인트의 추가금리인하에 동의했으며 이중 70%는 0.50%포인트의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리만 브라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테판 슬리퍼도 이번 FOMC에서 0.5%포인트의 금리인하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무디스의 존 론스키도 0.5%포인트의 추가금리인하를 전망했다.
이병희<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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