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현장]YS 서도전, 안팎의 모습이 영 달라요

  • 입력 2001년 2월 21일 12시 58분


전날에 이어 이틀째 세종문화회관에서 서도전을 열고 있는 김영삼 전대통령(YS)은 22일 전시장을 찾은 자민련 김종필(JP) 명예총재와 민국당 김윤환 대표와 환담하는 등 정치계 인사들을 잇따라 만났다.



YS와 JP는 이날 회동에서 "국가보안법을 개정하지 말자"는데 인식을 같이한 반면 이날 국회 앞에서는 시민단체들이 국보법 철폐를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들어가는 등 YS와 JP의 합의사항과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였다.

전시장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직접 쓴데다 부산 서도전까지 합쳐도 300여점에 불과하고 김대중 대통령과 김 전대통령간의 가시돋힌 관계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인지 YS의 작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YS의 붓글씨 한글자는 얼마일까?▼

지난 21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서도전에 전시된 작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도자기, 병풍 등과 함께 붓글씨 150여점이 전시된 이번 서도전에서 YS의 작품은 종류에 따라 100만원에서 비싸게는 3600만원까지 판매되고 있다.

기증 받은 도자기에 붓글씨를 써 넣은 작은 항아리는 100만원, 이태백의 시가 적혀있는 병풍은 3600만원선이다.

특히 YS가 요즘들어 즐겨쓰고 있다는 '無愧(무괴:부끄러움이 없다)'와 여성들에게 자주 써주는 '매향(梅香:매화 향기)'등은 200만원에 팔리고 있다.

붓글씨 한 글자당 싯가 대략 100만원인 셈.

개막 당일 벌써 50여점이 판매된 YS의 작품들은 전직 대통령의 작품이라는 점과 부산에서 열렸던 서도전까지 합해도 총 300여점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희소성으로 인해 '부르는 게 값'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안내를 맡은 한 관계자는 "지난 부산 서도전에서는 4일만에 120점 모두가 팔렸다"면서 "작품 가격에 대해 김 전대통령께서는 정확한 기준을 정하기보다 서도전의 취지를 살려 구매자의 입장을 고려해 적절한 수준에서 결정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YS와 JP, 국가보안법 개정 반대▼

자민련 김종필(JP) 명예총재는 22일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도전이 열리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을 방문, YS와 단독회동을 갖고 정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JP는 약 15분간 배석자없이 이뤄진 회동에서 국정 현안의 어려움을 설명한 뒤 협조를 부탁했으며, 특히 두사람은 정치권에서 논란중인 국가보안법 개정에 반대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자민련 변웅전 대변인과 YS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이 각각 전했다.

특히 JP는 "정계에 있으니 걱정되는 일이 많다. 앞으로 계속 걱정해주시고 여러가지 어려울 때 큰 힘이 되어주기 바란다"며 "도와달라"고 당부했다고 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대해 YS는 "국가보안법 만큼은 끝까지 지켜달라. 지금은 보안법을 고쳐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주문하고 "앞으로 또 만나자"고 말했다고 박종웅 의원이 밝혔다.

▼관련기사▼

- YS-JP `서도전 회동' 안팎

JP도 "지금은 보안법을 손볼 때가 아니다"라며 "우리 주장을 확고히 가지고 계속 밀고 나가겠다"며 국가보안법 개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해 3월 모 신문사 창간기념일에서 잠시 조우한 이래 근 1년만이며, 특히 JP가 YS를 찾아가는 형식을 갖춘 것은 YS 퇴임후 처음이다.

이번 만남은 두 사람이 그동안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쌓인 감정의 앙금을 씻는 관계개선의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JP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DJ)과 YS사이에서 중재역할을 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JP가 떠난 후 민국당 김윤환 대표도 세종문화회관을 방문, 전시작품들을 돌아보며 YS와 잠시 환담을 나눴다.

▼시민단체, 국보법 철폐 요구 집회▼

YS와 JP가 국가보안법 개정에 반대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상임의장 오종렬)은 22일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국회 앞 1인 릴레이 시위에 들어갔다.

전국연합은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회원 등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보법 철폐 투쟁선포식'을 가진 뒤 오후 12시30분께부터 오종렬(63) 상임의장을 첫 주자로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오후 3시께부터는 이미혜(41.여) 인천연합 상임의장이 그 뒤를 이었다.

전국연합 "오는 25일 열릴 '국가보안법 완전철폐를 위한 전국연합 총궐기 대회'까지 1인 릴레이 시위를 계속하면서 국보법 철폐에 대한 굳은 의지를 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연합은 이와 함께 전날 한나라당에 이어 이날 새천년 민주당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이용, 국보법 철폐를 주장하는 사이버 시위를 벌였다.

<지난 21일 개막식 풍경>

21일 오전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서도전(書道展)이 열리고 있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의 안팎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전시장 입구를 비롯한 외곽에는 경비원 100여명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고 전시장 안은 방문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전시장 밖에서는 시민운동단체 회원 10여명이 100여명의 경찰에 에워싸인 채 집회를 열고 YS를 반민주·반통일적 인사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전시장 내부▼

퇴임후 자신의 두번째 서도전 개막식에 참석한 YS는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다룬 회고록의 출간으로 정가를 뜨겁게 달구었던 며칠전의 행태와는 달리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서도전에서는 당초 현 시국에 대한 YS의 기자회견이 있을 것으로 알려져 회고록에 이은 또 한차례의 파문이 예상됐으나 YS는 관람객들과 의례적인 인사만을 나눈 후 식장을 빠져나갔다.

서도전이 열리고 있는 제3전시실에는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 등이 보낸 50여개의 축하화환이 입구에 놓여있었으며, 벽면에는 YS의 금년 휘호인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정권이 서지 못한다), '의인견신'(義人見神:의로운 사람은 신을 본다) 등 130여점의 휘호가 전시돼 있었다.

YS는 2시간 정도 부인 손명순 여사와 함께 식장에 머물렀으며 일부 관람객의 부탁으로 즉석에서 휘호를 써 선물하기도 했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은 대부분 구입한 도록과 YS의 회고록을 손에 들고 서명을 받기위해 YS 주변으로 몰려 경호원들의 통제를 받기도 했다.

YS는 인사말을 통해 "이번 서도전에 국민들이 적극 성원해 준다면 여기서 생기는 모든 돈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과 가난한 사람을 위해 바치겠다"고 말했다.

서도전은 27일까지 계속되며 YS는 이 기간 매일 행사장을 찾을 계획이다.

▼전시장 외부▼

이날 세종문화회관 뒷편에 모인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등 3개 단체 회원들은 오전 10시30분 '서도전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정계복귀 의도를 지닌 서도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12월 부산에서부터 시작된 YS의 서도전은 '서도정치'라고 불릴 만큼 정계복귀 의도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반민주 반통일 인사 YS를 사법처리하라"고 말했다.

이들은 "YS는 92년 대선당시 1조2000억원이라는 막대한 대선자금을 동원해 대통령의 권좌에 오른 뒤 한보비리, 안기부 자금 등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94년 조문파동, 96년 연대 범민족대회 탄압, 97년 한총련 탄압 등을 저지른 독재자"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YS는 민주주의나 정자정야(정치는 곧 바르게 하는 것) 따위의 서도를 정치인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는데 이는 정치만담에 견주될 정도로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비난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大盜無門(대도무문)이라고 적힌 휘호를 서도전 주최측에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최건일·이희정/동아닷컴 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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