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장비업체 "등터진다"…128메가 SD램 값 3달러대 추락

  • 입력 2001년 2월 21일 18시 27분


128메가SD램 반도체 일부 품목이 3달러대까지 추락했다. 3달러라면 총원가에서 1달러 이상 밑지고 파는 셈이다. 대만 등 일부 현물시장에서이긴 하지만 거래 제품이 중저가 대만 제품이 아닌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 제품인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물론 국내 업체들이 이 가격대에 납품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장기 납품가도 현물가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다른 현물시장까지 3달러대가 계속된다면 반도체 제조회사는 물론 장비제조 업체들까지도 매출 감소가 아닌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128메가SD램 3달러대 추락〓역시 재고부담이 문제였다. 현대증권 우동제 애널리스트는 “현금흐름이 안좋은 메이커들이 재고 물량을 쏟아내면서 128메가SD램(PC133)의 가격이 3.90달러까지 떨어졌다”며 “선발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제품까지 이 가격대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가격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SD램 매출비중이 높은 현대전자와 마이크론, 인피니온 등은 3월 분기 결산 때 영업이익 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고 SD램 매출비중이 20%대에 불과한 삼성전자도 ‘화’를 피할 수는 없다는 것. 그는 “마이크론의 재고가 10주분까지 늘어나는 등 업계 전체가 재고가 늘어 가격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등도 쉽지 않다〓반도체 값 반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살로먼 스미스바니(SSB)의 애널리스트 조너선 조지프는은 최근 “D램값 폭락으로 반도체산업 펀더멘털이 극도로 나빠지고 있다”고 전제하고 “반도체산업이 V자형 회복세를 그리면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견해”라고 못박았다.

개인용컴퓨터와 통신, 전자제품 등의 소비감소로 반도체 수요가 줄고 있는 것도 문제. 미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최근 1월중 주문―출하비율이 0.81에 그치면서 출하량에 비해 주문량이 급감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3분기에도 가격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한 대목이다.

▽장비업체도 심각한 타격〓SD램값 하락으로 메이커들의 신규투자가 줄어들면서 장비제조 업체들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만의 TCMC UMC, 싱가포르의 차터드세마이컨덕터 등 파운더리업체(제조만을 대신해 주는 업체)들이 신규투자를 축소하고 있으며 선발메이커사인 삼성전자도 상반기 투자에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1월중 북미지역 반도체 장비주문도 21%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재고부담으로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파운더리업체의 신규투자 축소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며 “조만간 D램 제조업체들이 설비투자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장비 제조업체들의 타격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대만과 동남아 반도체 업체에 장비를 납품해왔던 업체들은 당분간 매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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