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사단장은 “사건이 왜곡됐다”며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자세인 반면 이모 중위는 현재 군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사건의 파장이 커지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슨 일이 있었나〓사단장과 여군 중위간에 있었던 일은 피해 이중위의 어머니가 한국성폭력상담소(www.sisters.or.kr)에 띄운 글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사단장은 앉아있는 제 딸의 앞에 서서 갑자기 입을 맞추고 전화를 받으러 갔습니다.(중략) 사단장이 나간 사이 충격과 두려움으로 눈물을 흘리자 부관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딸이 사정을 얘기했습니다. 사단장이 돌아와 다시 딸에게 입을 맞추려는 순간 부관이 휴대전화로 ‘아빠가 널 보러 온다고 말해라’고 알려주어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회식이 끝난 후 영문도 모른 채 불려간 사단장 공관에서)
편지에 따르면 그 뒤 이런저런 핑계로 피하는 이중위를 사단장은 수차례 집무실로 불러 무릎에 강제로 앉히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데도 9∼10차례 입맞춤을 했다는 것이다.
농사를 지으며 삼남매를 길렀다는 이 어머니는 “딸의 이야기를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지만 ‘엄마, 사단장이 얼마나 높은지 알아’라는 말에 잘못하다가는 제 딸이 쥐도새도 모르게 안전사고로 위장돼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몇 번이나 까무러쳤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중위 어머니의 글은 1만건 이상의 조회를 기록하는 폭발적 관심 속에 군대 내 성희롱 문제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부상하는 군대 내 성폭력〓이중위 사건에 대해 현역 및 예비역 여군들은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과 상황에서 절대권력의 사단장이 말단 부하장교에게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을 통해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끼게 했고 정상적 업무수행에까지 지장을 초래한 전형적인 직장 내 성희롱”이라고 지적했다.
현역 대위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여성은 인터넷을 통해 “지금도 현직에 있는 모장군이 소위 시절 차 한잔 마시는 자리에서 나와 여자 선배를 양팔에 안고 볼을 비비며 티셔츠 사이에 10만원짜리 수표 한 장을 넣어주었다”며 “그때 묘한 기분을 느꼈는데 이런 일은 군대 내에서는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전역한 지 5년이 된다는 한 여성도 “예나 지금이나 군의 분위기는 변한 것이 없다”며 미국에서도 군대 내 성폭력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이제 대책이 마련된 정도인데 우리 실정이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끝나지 않은 싸움?〓사단장의 항고를 계기로 군대 내 성폭력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사단장은 “사실이 언론에 과장되게 보도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중위가 군이라는 특수한 조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사건을 경솔하게 처리했으며 이로 인해 군 사기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동정론도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성폭력상담소 최영애 소장은 “사실에 대한 다툼은 이미 끝난 상태”라고 전제하고 사단장이 항고함에 따라 이중위가 소송을 낼 것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최소장은 “피해 여성을 이상한 사람 또는 정신병자로 몰아가는 것 또한 성폭력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아무리 폐쇄적이고 상명하복의 군조직이라 하더라도 직업군대는 국가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엄중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이 경우 3개월 정직이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이란 지적도 있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