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제살 깎는 서장훈의 짜증

  • 입력 2001년 2월 21일 18시 35분


“서장훈은 농구보다는 배구를 했어야 할 선수야.”

20일 열린 프로농구 SK―현대전을 지켜보던 한 농구인이 한탄조로 내뱉은 말이다. 서장훈(SK)이 상대팀 선수의 신체접촉에 대해 과민 반응을 보이는 데 대한 힐난이었다. 그만큼 서장훈의 ‘경기 중 짜증’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것.

서장훈은 실력만큼이나 머리가 좋은 선수로 꼽힌다. 언론에서 ‘골리앗 센터’라고 부르는 것이 마음에 안 들자 ‘국보급 센터’로 불러 달라고 해 관철시킬 만큼 자기 주장도 뚜렷하다. 하지만 서장훈의 이런 장점이 올들어 엉뚱한 데로 발전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그의 거친 행동은 그침이 없다.

심판의 휘슬이 울릴 때마다 거친 항의와 불만에 찬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다반사. 심할 때는 심판에게 손가락질을 하거나 코트에 공을 집어던지기도 하는 등 ‘할리우드 액션’까지 보이기도 한다. 다른 선수 같았으면 매번 퇴장명령을 받았겠지만 서장훈은 ‘항의기술’을 익힐 만큼 노련하다. 심판을 앞에 두고 항의하다 ‘선’을 넘었다 싶으면 심판의 시선을 따돌린 뒤 계속하는 식이다.

서장훈이 올시즌 유난히 테크니컬 파울을 많이 당했다. 7일 현대전에서 슛을 성공시킨 뒤 상대 선수와 몸을 부닥치자 욕설을 퍼붓다 첫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20일에는 2쿼터 초반 현대 조니 맥도웰과 손가락질까지 하는 거친 말다툼을 벌였고 심판의 제지를 받자 맥도웰은 그만뒀으나 서장훈은 계속하다 테크니컬 파울을 받은 데 이어 2쿼터 종료 직전에는 다른 선수들이 하프라인을 넘어 공격 중인 상황에서 백코트에 남아 맥도웰과 같은 상황을 반복하다 결국 퇴장당했다.

농구인들은 “서장훈의 이런 행동이 심판으로부터 보상판정을 이끌어내는 등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습관화된 항의로 경기흐름을 끊어 결국 팬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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