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울펀슨 세계은행 총재와 호르스트 쾰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일주일 일정으로 함께 아프리카 대륙을 순방중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두 사람은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 카메룬 가봉 세네갈 가나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서부지역 10여개 국 정상들과 개별적으로 비공개 회담을 열고 지역개발 방안을 논의했다. 두 총재는 나이지리아와 케냐를 거쳐 이번주 말 탄자니아에서 아프리카 동부 및 남부지역 국가정상들과 다시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국제 금융기관의 두 총수가 동시에 아프리카를 찾은 것은 드문 일로 기아와 에이즈, 지역분쟁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프리카를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칼리스토 마다보 세계은행 아프리카 담당 부총재는 앞서 “이번 순방을 통해 아프리카 각국 정부의 개혁 의지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집중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류의 발상지이자 자원의 보고(寶庫)인 아프리카 각국은 갈수록 상황이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일인당 연간 생산량은 1990년의 32달러(약 4만원)에서 98년에는 19달러로 크게 줄었다. 특히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과 시에라리온 등은 90년대 초반부터 1년에 평균 4.6%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중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아프리카 주민의 20%가 분쟁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쾰러 IMF총재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지역분쟁을 해결하지 않고는 아프리카의 경제개발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과 국제 구호기구에서 제공하는 원조도 1992년 179억달러에서 99년에는 108억달러로 급감하면서 수많은 주민이 기아선상에 허덕이고 있다. 99년 말 현재 3억명의 아프리카 주민이 하루에 약 800원 미만으로 연명한다는 통계도 있다.
의료 수준도 열악해 다섯살이 되기 전에 숨지는 아프리카 어린이는 1000명 가운데 151명으로 선진국의 9명에 비해 17배 가량 높다. 아프리카 주민의 7%가 에이즈 환자이며 2000년 한해 동안 240만명이 에이즈로 숨졌다.
이번 회담에서는 단순히 원조 규모를 늘리는 정도를 넘어 알맹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압둘라예 와데 세네갈 대통령은 개별 회담을 마친 뒤 “그동안 아프리카는 많은 원조를 받았지만 개선된 것은 거의 없다. 이제는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회담이 열린 바마코 시내에서는 세계은행과 IMF가 아프리카 각국의 채무를 면제해줄 것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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