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목소리 커지는 재경부 "경제정책 조정기능 강화"

  • 입력 2001년 2월 21일 18시 46분


“금융인들이 자리보전과 제몫 챙기기에만 신경쓸 뿐 공적자금을 넣어준 국민에게 보답하지 못하고 있다.”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1일 은행 증권 보험 투신 종금 등 금융기관장 200여명이 모인 ‘금융기관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진 부총리의 폐회사는 의례적인 인사말을 넘어 금융기관장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재경부는 부총리급 부처로 승격되면서 금융정책을 비롯해 경제정책 전반에 걸쳐 조정기능을 높이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금융정책에 대해 재경부의 영향력이 커질 경우 ‘관치(官治) 금융’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목소리 높아진 진 부총리〓진 부총리는 이날 분당 삼성생명 대강당에서 열린 모임에서 금융인들을 몰아붙였다. 그는 “금융기관이 공적자금을 받고도 투명하지 못한 대출관행을 척결하지 못하고 조직문화도 연공서열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며 “금융산업 미래에 비춰볼 때 아주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모 외국계 은행(씨티은행)이 국내 대기업그룹의 한 계열사(현대전자)에 대한 신디케이트론을 주도했다”며 운을 뗀 뒤 “우리가 외국 금융기관보다 잘 알고 제대로 분석했어야 하는 국내 기업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은 이날 “국내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계약연봉제와 사업본부제를 시급히 정착해야 하며 은행권은 물론 제2금융권도 과감하게 경쟁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외경제정책조정회의, 재경부로〓재경부는 앞으로 매주 한차례 정부부처 1급 공무원과 전경련 무역협회 등 관련 협회 관계자들이 함께 참석하는 민관 점검회의를 가진다. 또 재경부와 통상교섭본부 주재로 정부부처 1급 통상담당 공무원이 참여하는 통상관계관 점검회의도 격주로 가질 계획. 대외경제정책조정회의는 98년 현정부 출범 이후 국무조정실이 맡았다가 이번에 재경부로 이관된다.

▽경제장관 합동 대(對)국민 설명회〓26일에는 경제장관들이 합동으로 ‘대국민 설명회’를 연다. 앞으로의 우리 경제운용 방향을 국민에게 밝히는 자리다. 재경부는 이 설명회를 계기로 경제부처들을 주도하면서 조정역할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설명회에는 진 부총리 주재로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장관,이 금융감독위원장, 신국환(辛國煥) 산업자원부장관, 김윤기(金允起) 건설교통부장관, 김호진(金浩鎭) 노동부장관, 노무현(盧武鉉) 해양수산부장관, 한갑수(韓甲洙) 농림부장관 등 경제장관들이 모두 참석한다.

<최영해·이훈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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